정확한 검진 결과가 모두 나오지는 않았지만, 위와 대장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5년 전 용종을 네 개나 떼어냈던 기억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고작 70일 남짓 술을 마시지 않았을 뿐인데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했다. 체중도 줄었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심전도 검사를 하던 중 지난번보다 살이 빠진 것 같다고 하시길래 금주 중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의사 선생님이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워 주셨다. 그 짧은 제스처 하나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며칠 전에는 무릎에 물이 차서 꽤 고생을 했다. 정형외과에 가서 물을 빼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랫동안 달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슬슬 다시 시작해 볼까 싶다. 아프면 참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는 게 낫다. 회복도 그만큼 빠르다.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들다 보니 건강이 예전처럼 ‘당연한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이만큼 살아보면 알게 된다. 사는 건 사실 별게 없다. 어떤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도 지옥이 되기도 하고, 천국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유독 차분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예전에 시끌벅적하던 삶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하루를 정해진 루틴대로 살아간다는 건 생각해 보면 꽤 큰 축복이다.
어제는 잠을 거의 못 잤다. 검진을 마치고 마취가 덜 풀린 피곤한 몸으로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하루라도 거르면 괜히 나 자신에게 지는 것 같아서 여전히 악착같이 산다. 공부도, 글쓰기도, 책 읽는 것도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것들이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은 사소하고 개인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무언가를 더 얻기보다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하루를 관리하고 있다. 술을 끊고, 몸의 신호를 살피고, 루틴을 지키는 일들. 대단한 변화라기보다는 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아주 최소한의 약속에 가깝다.
올해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랬더니 삶이 다시 감사함으로 채워진다. 감사하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게 물건이라면 바라만 봐도 좋고, 그게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감사함이란 그런거 같다. 아주 작지만 내 삶에 의미 있는 그런 것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그동안 나는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왔다는 것. 나를 가꾸기보다 좋게 보이기 위해 살았던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이제는 그 순서를 조금 바꾸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만으로 스스로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아마 내일도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루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겠지..."
오늘은 여기까지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