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다른 아픔을 겪는다. 형태도 다르고, 맥락도 다르다. 그런데도 ‘아프다’는 감정만큼은 참 비슷하다.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괜히 마음 한쪽이 시큰해지는 이유다. 당신은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가. 나는 어둠의 터널을 한 번 지나와 봤다. 그래서 아픔이라는 감정 앞에서 울어봤고, 지쳐봤고, 도망쳐도 봤다. 형태가 어떻든, 이유가 어떻든 아픈 건 아픈 거였다.
애써 웃고 아무 일 없는 척 하루를 보내도, 혼자 남겨진 시간이 오면 그 아픔은 다시 고개를 든다. T든 F든 상관없다. 고통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나는 글로 당신의 아픔을 공감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픔을 빨리 치유하는 방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겨우 알게 된 건 이것 하나다.
그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냥 두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물론 쉽지 않다.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조차 버겁다. 그래서 이건 훈련에 가깝다. 무뎌지는 마음도, 단단해지는 마음도 결국은 계속 마주한 사람에게만 생긴다. 예전에 나는 아프면 사람들과 나누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을 이제는 조금 거두고 싶다.
타인은, 아무리 선의로 다가와도 당신의 아픔 깊이까지는 공감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또한 결국 자기 삶을 살아내느라 바쁘고, 타인의 고통을 끝까지 짊어질 여유까지는 갖기 어렵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그 모든 걸 감당하고 견뎌내야 하는 건 결국 당신 몫이다.
오늘도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봤다. 각기 다른 얼굴, 다른 나이, 다른 이야기들. 삼삼오오 웃으며 떠드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혼자 앉아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행복할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삶에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갈까. 모르겠다. 아마 우리 모두는 특별한 듯 평범하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에서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아픔을 이겨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없다.
내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이유 없는 불안에 시달렸다. 그 불안이 내 삶을 지배하지 못하게 된 건 고작 몇 달 전의 일이다. ‘고작 몇 달’이라는 말이 어쩌면 초라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불안과 싸운 시간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마흔넷이 되기 전까지 나는 평생 그 불안과 함께 살았다.
지금도 불안은 문득 찾아온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불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불안이 나를 지배하지는 못한다. 그 불안이 나를 한 대 치면, 이제는 나도 그 불안을 한 대 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은 나와 수없이 시도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쓰러지고, 아파하고, 술에 기대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 나는 술을 완전히 끊었다. 술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정신이 맑아지니 그동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도 또렷이 보인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싸워라.
지더라도, 쓰러지더라도
포기만 하지 마라.
명상도 해보고, 달리기도 해보고, 책도 읽어보고, 미친 듯이 술을 마셔보고, 깨지고 다치고 다시 회복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지나보라. 그러다 보면 아주 작지만, 아주 분명한 변화가 당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행복한 인생에는 결말이 없다. 오늘 행복해도 내일은 불행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나를 어떻게든 안고 살아갈 수 있는 내면을 훈련해 보길 바란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늘 많다. 태양이 뜨고,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분다. 그 모든 걸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태양이 뜨거우면 잠시 피하고, 바람이 거세면 몸을 낮출 수는 있다. 현상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찾아오지만, 그 현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남기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당신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완전히 포기한 사람은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오늘도 잘 버텼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줘도 된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아직 여기까지 왔으니까.
우리는 견디는 사람으로
하루를 살아내도 괜찮다.
그런 하루가 쌓이다 보면,
진정한 치유는 소리 없이
당신 곁에 와 있을 테니.
그러니 오늘은 그걸로도,
오늘은 충분하다.
오늘도 글쓰는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