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중을 선택했다.

by 재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은 기적 같은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내 삶을 새롭게 만드냐 묻는다면 단언컨대 금주와 단단해진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곧 80일이 다 되어 간다. 고작 80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 고작 80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맨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아서 그런지 나에게는 체감이 다르다. 맨정신으로 삶을 사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몰랐다. 사리가 분명해지고 판단이 명확해진다.


내가 애써야 하는 것과 애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 명확히 보인다. 그 사실만으로도 지금의 내 삶은 기적이다. 영화의 주 소재처럼 타임슬립을 해서 인생 2회차를 사는 것 같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단언컨대 나는 이 삶을 계속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그동안 잘못 살아왔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 감정과 이 기분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삶에게 고생했다고, 처절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다. 제법 비싼 신발이었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씻고 스포츠센터를 나오는데 신발이 없었다. 그것도 두 짝이 아닌 한 짝만. 영어 학원 시간이 임박해 몇 번 더 찾아보다가 인포메이션에 이야기를 남기고 나왔다. 황당했지만 그 일로 내 감정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없어진 게 내가 불편한 감정을 쏟는다고 다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센터에 항의한다고 해도 그들 역시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차에 여분의 신발이 있다는 게 떠올라 슬리퍼를 빌려 신고 차로 가 여분의 신발을 신고 다음 일정을 소화했다. 코디는 어색했지만, 그래도 신을 신발이 있었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졌다. 억지로 긍정하려 애쓴 게 아니라 정말 그런 마음이 들었다. 빡빡했던 하루는 무탈하고 평온하게 흘러갔다. 이게 지금의 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더 이상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앞서 말했듯 그동안 나의 삶은 분명 잘못되어 왔다. 그렇다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주어진 삶은 내가 결정할 수 있고 내가 판단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 그게 앞으로 내 삶의 모토다.


방금 유튜브 영상을 하나 업로드했다. 매주 월요일 롱폼 하나와 쇼츠 하나를 올리겠다는 다짐을 지키고 있다.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영어 복습을 하는 것도 아직 남아 있다. 글은 이미 쓰고 있으니 이제 두 가지만 남았다. 시간은 10시 40분. 시간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 오늘 못 하면 내일도 못 한다. 기꺼이 감당하고 당당히 내일을 맞이할 생각이다. 예전에도 열심히 살았지만 지금은 더 열심히 산다. 열심히 산다는 건 생각보다 꽤 매력적이다.


내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큼 특별한 일도 없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정말로. 매일이 기적 같아 감사하고 눈을 뜨는 게 즐겁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나를 짓눌렀던,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내 환경은 당장 바꿀 수 없다. 그 환경을 함께 감당해 준다면 나 역시 더 최선을 다했겠지만, 그 용기를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걸 안다. 그건 그의 몫이고 나는 내 몫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내 삶의 조건이 결코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을 알고도 나와 함께하겠다고 결심하는 일은, 그녀에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하는 선택은, 세상의 시선과 주변의 반대 앞에서 스스로를 버텨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 무게를 감당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역시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 부분이 내가 가장 미안한 지점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한동안 나를 많이 몰아세웠다. 하지만 나는 결국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기보다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고, 다시 한 번 열심히 살 수 있게 함께 시간을 보내준 그 마음도 고맙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꼭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자, 나는 오늘도 글을 썼다.

유튜브도 올렸고,

책도 읽을 것이고,

영어 복습도 할 것이다.


"당신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가?"


일은 원래 우리 같은 직장인이라면 다 하는 것 아닌가. 그거 말고 묻고 싶다. 당신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조금 피곤하더라도 당신의 삶의 시간을 그저 그런 시간으로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고생한 당신에게,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좋은 밤 보내시길~


오늘도 글 쓰는 재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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