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중에 소인배, 소인배중에 대인배
사랑스럽지만 무례한 사람 대하는 법
무례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내지르거나, 참거나.
나의 경우 대체로 후자를 택한다. 마땅히 화를 내도 괜찮은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일단 참는다. 마음속에서 일렁거리는 감정을 억누르고 조용히 숨 고르기를 택한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조용히 따져 물을 수 있는 때를 기다린다.
주변 지인들은 이런 나를 보며 인내심이 대단하다며 대인배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난 대인배보다는 오히려 겁쟁이 소인배에 가깝다. 충분히 반격해도 괜찮은 상황임에도 내가 내지름으로 인해 발생할 후속 상황을 먼저 걱정한다. 주변 분위기를 망치진 않을지, 상대와 나와의 관계가 어긋나지 않을지를 염려한다.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이라면 똑같이 내지르면 그만이겠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똑같이 내지르고 깔끔히 끝낼 수 있는 관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더라도 계속 함께 해야 할 관계가 훨씬 많다.
그렇기에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줄 때는 일단 침묵을 택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생각해 본다. 공기 중에 내뱉어진 실랄한 그 소리의 액면 그대로를 믿지 않으려 노력한다. '네가 화난 이유는 상황 때문이지, 나 때문은 아닐 거야. 네가 순간적인 감정에 못 이겨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했지만, 그래도 너에게 난 소중한 사람일 거야'라며 그 사람을 이해하는 척, 내 마음을 다독인다.
그 과정이 어떨 때는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대가 날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가 나보다 작은 것 같아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흔히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한다. 상대와의 관계가 끊어질까 두려워 상대 눈치를 보며 언행을 주의하고, 더 많이 배려하고, 양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 모습이 루저(Loser)의 모습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관계를 중요시 생각하고, 언행의 주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모습은 아이에게는 볼 수 없는 어른의 모습이다. 아이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필사적으로 뛰는 어른이 없듯, 사랑하는 이가 행복하도록 일부러 져주는 거는 진정한 사랑의 힘이며 참된 위너(Winner)의 모습이다.
사랑스럽지만 가끔은 무례한 소중한 이가 말도 안 되는 말로 앙앙 짖는다면 일단 잠시 멈춤을 택하자. 분노는 면전이 아닌 일기장에다 적고, 적당한 때를 찾아 상대와 차분히 얘기하자.
'그래, 귀여운 네덕에 난 오늘도 큰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