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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쉬는데, 베이비시터도 있다고?

손이 많이 가는 영유아기, 돈을 아낄 때가 아닌 쓸 때입니다.

by 심연

셋째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는 함께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하루 4시간씩 첫째와 둘째를 돌봐주는 아이 돌봄 선생님을 모시기로 했다.


아이가 셋인데 엄마, 아빠는 둘 다 쉬고 있고, 거기에 베이비시터까지 둔다고 하면 아마 다들 깜짝 놀랄 것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할 때, 흥청망청 돈이나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부부가 쌍으로 철부지라고 손가락질하거나, 금수저가 아니냐며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철부지도, 금수저도 아닌, 그저 '피할 수 없는 육아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보통의 부부이자 부모일 뿐이다.


돈은 아이가 어릴 때 모아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무작정 돈을 안 쓰고, 아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왜냐하면 돈은 그저 공짜로 아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아낀다는 건 결국 돈을 아이에게 들어가는 엄마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체력을 돈으로 맞바꾼다는 말과 같다. 기저귀값을 아끼려면 천기저귀를 사서 매일 빨고, 널어야 하고, 시판이유식 값을 아끼려면 아이 이유식을 매일 해먹여야 하듯, 살림과 육아에 돈을 들이지 않으면, 그 모든 걸 엄마가 해야 한다.


혹자는 엄마가 살림과 육아를 하는 게 당연한 거지, 그런 걸로 뭘 그리 왈가불가하냐고 할 수 있다. 손목과 허리가 욱신거리고, 매일 정신없이 바빠도 자식을 위해 자신 삶의 일부 떼어줄 수 있는 게 얼마나 숭고한 사랑이냐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이다. 사실 나도 예전에는 '엄마라면 응당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하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유식도 다 만들어 먹이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매일 잠 줄여가며 내일 딸아이와 놀아줄 교구 만들고, 아이가 아플까 집안 구석구석 소독하고 다녔었다. 하지만 엄마는 슈퍼맨이 아니었다. 잘 쉬지 못해 몇 차례 번아웃을 겪다 보니 이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의욕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면 손 안의 모래알처럼 쉽게 으스러지는 거였다. 체력이 안 따라주니 아이에게 마음처럼 사랑을 표현해 주기 힘들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육아서의 내용이 빼곡하면서, 실상은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를 TV 앞으로 방치히기 일쑤였다. 집안꼴도 엉망이고, 아이들도 통제불가고, 현실 속 내 모습이 이상 속의 엄마 모습과 너무 거리가 있어 엄마로서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우울감만 늘어갔다.


아이에게 깨끗한 환경과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아이와 함께하는 양질의 상호작용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와의 안정적 애착으로 정서적 만족감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좋은 엄마로 남으려면 돈이 아닌 체력을 아껴야 했다.


엄마의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이돌봄서비스'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육아지원사업으로, 소득요건만 충족되면 저렴하게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는 정책이다. 소득구간에 따라 개인 부담금액은 다를 수 있지만, 확실한 건 시급 1만 8천 원 이상하는 사설업체보다 저렴하다는 거다. 참고로 우리 집은 5인 가구에, 부부 둘 다 휴직 중이다 보니, 4시간에 1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 책정됐다. 월 20만 원으로 엄마, 아빠가 숨 돌릴 시간이 생긴 것이다.


확실히 돈을 쓰니, 삶의 질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양육의 질도 달라졌다. 돌봄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봐주시는 동안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니, 마음의 여유까지 생겨 아이들과 마주 보며 웃는 시간도 늘어나고, 남편과의 관계 또한 좋아졌다. 역시 육아를 쉽게 하는 건, 템빨이 아닌 돈빨이었다.


돈은 아이들이 어릴 때 많이 모아야 하는 건 맞지만, 20년 장기전인 육아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영유아기 때는 돈을 모을 때가 아닌, 쓸 때였다. 좋은 엄마가 되려면 의욕보다 체력이 우선이니 말이다.


엄마들이여, 돈을 아끼지 말고, 몸을 아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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