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유치원 신학기 적응을 끝내는 방법
어린이집 가기 싫어(+눈물콧물)
올 3월 첫째와 둘째가 모두 어린이집을 새롭게 옮겼다. 공포의 적응기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어린이집을 옮기면서 가장 큰 걱정은 둘째였다. 엄마껌딱지 시기인 18개월 재접근기와 적응기간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매일 아침마다 눈물의 등원전쟁을 펼치는 사람은 다름 아닌 5살 첫째였다. 지금까지 어린이집을 많이 옮겨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적응 문제로 부모 걱정을 끼친 적이 없던 적응왕 우리 집 큰 딸말이다.
어린이집의 '어' 얘기만 나와도 눈물을 흘리고, 전날 충분히 잤음에도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시간만 되면 졸리다며 짜증을 냈다. 어린이집 친구들 사진을 보여주면, 보기 싫다며 울기까지 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던 아이였기에 '혹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걱정과 함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린이집 무서워...
어린이집이 왜 싫냐는 물음에, 딸은 무섭다고 답했다. 낯선 환경 속에 자신만 덩그러니 있는 상황이 많이 불편했던 것 같았다. 어린이집 앞에만 가면 내 손을 이끌며 같이 어린이집에 들어가자고 졸라댔다. 엄마 경력 5년 차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엄마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고민이 됐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어린이집 적응을 돕는 방법'은 다 해봤다.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기도 했고, 천천히 적응기간을 갖고자 하원시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려 달래도 봤고, 작은 변화에 크게 칭찬도 해줘 봤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걸 어려워하니 아침마다 친구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해주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며칠 만에 다이내믹한 효과를 보긴 어려웠다.
오늘은 원에서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울면 얼마나 울었는지가 하원 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주된 내용이었다. 울기도 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은 날에는 다른 기관을 알아볼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아이는 매일 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울면서 잠들었고, 부모는 그런 아이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딱딱한 땅을 뚫고 싹을 피우는 3월은 아이도 엄마도 크느라 아픈 달이었다.
엄마가 강하게 해야, 아이가 해낼 수 있어요
첫째의 어린이집 등원 거부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이전에 같은 어린이집을 다녔던 친구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집 아들 J도 낯가림이 심해 꽤 오래 적응기간을 가졌던 아이라, 그 엄마는 이 상황을 해결한 특별한 해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J 엄마는 내게 "엄마가 강하게 해야, 아이가 해낼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해줬다. 언제까지고 엄마가 아이 옆에서 있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아이가 스스로 풀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눈물에 약해지지 않기로 다짐했다. '내가 강하게 해야, 우리 아이가 해낼 수 있다'는 말로 마음을 다잡으며 말이다.
등원 일 주 일 차쯤 됐을까, 하원 후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멀리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OO이다! 엄마, OO이야!" 노란색 옷을 입고, 킥보드를 타고 있던 남자아이가 우리 딸을 가리키고 있었다. 알고 보니 딸과 같은 반 친구였다. 어리둥절해하던 딸도 친구가 자신에게 반갑게 다가오자, 수줍었던 얼굴을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엄마, 나 친구랑 놀아도 돼?
딸이 새로운 어린이집 친구와 같이 놀고 싶다고 말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둘은 술래잡기도 하고, 잡기놀이도 하며, 작은 놀이터 안을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원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한다던데, 놀이터에서 딸의 모습은 적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 1:多의 관계보다는 1:1의 관계가 더 편했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보니, 이제 어린이집 적응도 문제없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예상대로 아이는 그날 이후로 180도 달라졌다. 어린이집에서 가서도 울지 않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선생님도 놀라워했다. 어린이집 가기 싫다던 아이의 입에서, "어린이집 재미있었다"는 말이 나오자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선생님도 다 같이 환호했다.
전날 재미있게 놀던 친구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린이집은 더 이상 무서운 공간이 아니었다. 빙하에 난 작은 구멍이 주변 얼음을 녹이듯, 낯선 환경 속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것도 결국 단 한 사람이 불어넣은 훈기 때문이었다.
거봐, 딸아. 어린이집은 재미난 곳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