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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있는 집의 주말풍경

어린이집이 아니라, 가정집입니다. ^^;

by 심연

직장인들에겐 월요병이 있다면, 부모에겐 토요병이 있다.


이번 주말 어떡하지?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이 걱정스레 물었다. 매주 오는 주말인데, 올 때마다 왜 이리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 아이가 많아 어디 나가기도 힘들고, 누구라도 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도 못하는 주말엔 생으로 집콕 육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다며 기뻐라 좋아하는데, 부모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5살, 18개월 그리고 생후 50일 아기가 있는 우리 집의 주말은 그야말로 생존육아현장이다. 평일에는 하루 4시간씩 아이 돌봄 선생님이 오시지만, 주말엔 생으로 엄마와 아빠 둘이서 셋을 케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밥돌밥은 기본이고, 너도나도 모두 "엄마"를 찾으니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세 아이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느라 엉덩이를 바닥에 붙일 틈이 없다.




그래서 힘든 주말, 조금이라도 쉽게 가자는 마음으로 주말만큼은 기본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먹고, 자고, 싸고, 씻는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여기기로 한 것이다.


평일에는 국과 반찬 3개씩 준비해 주고, TV 보는 시간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했지만, 주말은 이 모든 걸 풀어주기로 했다. 끼니때마다 각기 다른 밥과 반찬으로 준비하기 어려우니, 주말은 하루 두 끼 이상 덮밥으로 주고, 밥만 먹었다면 과일과 간식도 원하는 만큼 제공해 줬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하루 2시간씩 교대로 낮잠을 자기로 했다. 아이가 하나인 집은 아이가 잘 때 같이 자면 되지만, 아이가 셋인 집은 부부가 서로 챙겨주지 않으면 골병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축한 체력은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쏟아붓는다. 다른 집 친구들은 주말마다 산으로 들로, 체험활동하러 다닌다던데, 우리 집은 집이 곧 어린이집과 키즈카페인 셈이다. 왕년에 못 이룬 유치원 선생님의 꿈을 아이 셋을 낳은 지금 원 없이 풀고 있다.


왕년에 어린이집 선생님을 꿈꿨던 엄마의 엄마표놀이


주말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었는데, 어느덧 주말의 끝무렵이 됐다. 다른 집보다 조금 소란스럽고 복작복작한 보통의 주말이 '집에만 있었어도 재미있었다'라고 말해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특별해진 것 같다. 역시 아이가 셋이면 세 배 힘들지 몰라도, 행복은 세제곱으로 온다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내일이면 드디어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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