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둘이나 키워봤어도 쉽지 않은 셋째 육아
셋째는 발로 키운대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셋째 아이 발육아설'이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체득한 노하우로, 비교적 수월하게 셋째 아이를 키운다는 말인데, 세 아이를 키우며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대체 이런 말은 누가 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셋째 엄마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기대치가 있다. 육아 전문 학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 셋을 키웠다고 하니 그 짬에서 나오는 '육아 실무 전문가, 제야의 육아 고수' 같은 느낌이 나나보다. 그래서인지 산후조리원에서도 "셋째 엄마한테 무슨 교육을 해요~"라며 퇴실 교육에서 제외시켜 줬고, 최근 첫 아이를 출산한 친구는 육아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내게 전화해 아이가 왜 우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기대치는 제삼자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당사자인 나조차도 스스로를 육아 전문가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유튜브나 책에서 나오는 대로 육아할 필요 없어~", "기본적인 것만 해줘도 알아서 잘 커"라며 그렇게 아는 체를 해댔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마치 육아의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시키며 말이다. 같은 말을 해도, 셋째 엄마의 육아 조언은 쉽게 무게가 실렸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렇게 '셋째 엄마 프라이드'로 온몸을 휘감고 있던 내가, 셋째 출산 두 달 만에 현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셋째는 첫째, 둘째와는 또 다른 아이였다. 배가 아파서 우는 줄 알고 하염없이 안아서 등을 두드려줬는데, 알고 보니 배가 고파 우는 거였고, 배가 고파 우는 건가 싶어 젖병을 물려주니, 졸려서 우는 거였다. 쪽쪽이로 비교적 쉽게 육아했던 누나들과는 달리 우리 막둥이는 쪽쪽이를 물려주면 그렇게 헛구역질을 해댔다.
셋째가 태어나는 날 일기장에 '엄마가 누나들 챙기느라 네게 늦게 올 수 있지만, 네가 원하는 건 가장 빠르게 캐치하는 엄마가 될게'라고 썼었는데,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 엄마가 되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기만 했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육아 베테랑 셋째 부모인 우리 부부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게 아니야...?", "왜 우는 거지?", "첫째, 둘째 때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이 세 가지라니 말이다. 애를 둘씩이나 키워봤는데도 여전히 신생아 육아로 절절맨다니, 부끄러워서 어디 나가서 말도 못 할 일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능수능란 육아 고수 셋째 엄마의 모습은 내겐 없다. 내 모습은 마치 24시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비상상황 속에서 덜덜덜 떨면서 최전방을 지키는 이등병 군인과 같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아이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순식간에 벌어지는 상황들 앞에서 선택과 행동을 반복한다. 셋째 수유를 하고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둘째를 제지하고, 울고 있는 셋째 안아서 달래고 있는 와중에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매의 싸움을 중재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미의 '발육아'와는 다르지만, 나도 발육아를 하고 있긴 하다. 호수 위에 고고히 떠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백조의 발처럼, 대외적으로는 여유 있는 삼 남매 엄마처럼 보이기 위해, 실제로 매일 전투육아를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셋째 엄마라도 아이 키우는 건 늘 어렵다. 하지만 첫째, 둘째 때의 육아경험 스포일러가 셋째 육아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다. 힘듦보다 애틋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고, 우는 모습마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시기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걸 알아서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