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새벽 수유, 피할 수 없다면 즐겁게 하자
오늘 2시 반 이전 할 거야? 이후 할 거야?
저녁 8시쯤 첫째와 둘째를 재운 후, 셋째 새벽 수유 당번을 정하기 위해 남편과 거실에서 만났다. 오늘로 태어난 지 80일 된 셋째는 저녁 7시쯤 마지막 분유를 마시고, 깊은 잠을 자다 새벽 1시 30분부터 3시 30분 사이 한 번 일어나 분유를 먹는다.
그래서 중간 시간대인 2시 30분 이전과 이후로 나눠 남편과 새벽 수유 당번을 정한다. 만약 아기가 2시 30분 이전에 일어나면 엄마가 분유를 주고, 이후에 일어나면 아빠가 분유를 주는 식으로 말이다.
'새벽 수유 당번 정하기' 룰은 아기가 집에 왔을 때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아기의 수유 횟수가 줄어들수록, 당번 정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생아 시절에는 2시 반 이전에 하든, 이후에 하든 한 번은 일어나야 하니 선택에 큰 의미가 없었는데, 지금은 선택만 잘하면, 새벽에 깨지 않고 긴 잠을 잘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기가 어릴수록 부모의 소원은... 잠 좀 푹 자보는 거 아니겠는가? ^^;
오늘도 2시 30분 이전과 이후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남편과 눈치게임을 했다. 남편은 어제 아기가 3시에 일어났으니, 오늘도 같은 시간대에 일어날 거라며 2시 30분 이전에 당번을 선다고 했고, 나는 아기가 저녁 6시에 일찍 분유를 먹고 잠들었으니, 일찍 일어날 것 같아 2시 30분 이후에 선다고 했다. 잉꼬부부도 잠 앞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우린 각자의 수면권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썼다.
새벽 수유 시간에는 늘 탄식과 환호가 오간다. 셋째가 게임의 재미를 아는지, 꼭 일어나도 2시 28분, 2시 40분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당번을 피한 날에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아쉬워하는 상대를 놀리는 재미는 덤이다.
무거운 짐을 나눠 들자고 시작한 '새벽 수유 당번 정하기'가 어느 순간부터 하루의 시작과 끝의 즐거움을 주는 우리 부부만의 놀이가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벌써부터 새벽 수유했던 이 시간들이 그리워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