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고 싶은 걸 왜 애들 다 큰 뒤로 미루나요?

좋아하는 취미생활하며 즐겁게 육아합시다!

by 심연

어릴 적부터 난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다.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학원을 등록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방 하나 들고 가뿐히 떠났다. 매주 주말마다 노숙인 급식소나 탁아소에서 봉사를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그림 모임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면 곧장 행동으로 옮기는 딸을 보며, 부모님은 "쟨 누구 닮아서 저렇게 욕심이 많냐"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는 다 한때라며, 나중에 결혼하고 애 낳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하니, 지금 실컷 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나는 여전히 재미난 것들에 대한 탐닉을 멈출 수 없었다. 출산을 한 달 앞두고는 인물화를 배워보고 싶다며 온라인 드로잉 수업까지 결재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잠까지 줄여가며 하고 싶은 걸 하는 나를 보며,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아는 지인들 모두 내게 애들 키우느라 잠잘 시간도 부족하지 않냐며, 하고 싶은 건 나중에 애들 다 크고 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모두 내 몸 상할까 위해주는 고마운 마음들이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해야 에너지를 얻는 내겐 그 마음들이 무겁고,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지금은 왜 안 된다는 거지...?


그러다 문득 '하고 싶은 걸 참고 육아에만 집중하면, 정말 육아의 질이 올라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뜩이나 힘든 육아인데, 조금이라도 덜 힘드려면 엄마에게도 숨구멍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뭐라 하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최근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

지금 나는 5살, 3살, 1살의 세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독서모임을 나가고, 매주 한 번은 등산을 한다. 그리고 최근엔 미술 공모전에 15호 크기의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주변에선 애 셋을 키우며 어떻게 이 많은 걸 어떻게 다하냐며 놀라지만, 사실 루틴을 만들면 누구나 아이 키우면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기에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하고 싶은 일 찾기, 시간 확보하기, 꾸준히 하기 이 세 가지만 반복하면 되니 말이다.


1. 하루에 2시간 확보하기


많은 이들이 어린아이를 키운다고 하면, 엄마는 시간이 없을 것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육아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이 낮잠시간, 어린이집 간 시간, 모두가 잠든 밤시간, 혹은 아이가 일어나기 전인 새벽시간이 모두 엄마의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시간이 엄마를 위해서만 쓸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게 이 시대 엄마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자신에게 쓸 2시간은 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거나, 조금 늦게 자거나, 아님 돈으로 시간을 사거나, 또는 하루 10분 핸드폰 대신 책을 집는 선택을 통해 우린 각자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건 말하기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래도 시간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그건 시간이 아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더 크다.


2. 계획은 월단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위의 50%만 세우기


아이들이 어릴 땐 늘 변수가 많다. 그래서 엄마의 계획표엔 여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계획은 늘 목표의 50%만 세우고, 투두리스트보단 월 단위, 또는 년 단위로 해야 할 목표로 세우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전엔 주 1회 브런치 글 발행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파 장기간 노트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자, 아픈 아이를 앞에 두고 '이번 주에 글을 올려야 하는데...' 하며 초조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스스로 만든 계획에 갇혀 우선순위를 헤아릴 변별력을 상실한 것을 말이다.


그때 아차 싶어 글발행 목표를 주 1회 발행에서 월 4회 발행으로 수정하게 됐다. 아이들이 아플 땐 과감히 쉬고, 여유가 생기면 몰아서 쓰는 식으로 바꿨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살림과 육아, 그리고 글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3.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행위에 집중하기


<The System>이라는 책에는 '열정을 믿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는 문장이 나온다. 결과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열정보다 루틴에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밥을 먹은 뒤 양치를 하듯,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오늘 해야 할 일'로 만들면 지속해 나가기가 훨씬 쉬웠다.


난 매일 밤 10시에 아이들을 재우고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노트북을 켜 글을 쓴다.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한 달에 네 편의 글이 쌓여 있다.




엄마는 바쁘다. 그리고 피곤하다. 그런데 취미생활이라니, 자기 계발이라니. 어쩌면 사치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을 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나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쇼츠, 웹툰으로 느낄 수 없던 가슴 깊이 차오르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유명한 여성학자 박혜란 작가는 삼 형제 모두 서울대를 보내긴 했지만, 자신은 아이들 교육에 간섭하기보단 그저 엄마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하는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며 아이를 위한다며 모든 욕구를 참고, 아이만 바라보는 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한다면,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었다.


내 친구들을 포함해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시간이 없을까봐'라고 한다. 엄마가 되면 아이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참고 인내해야 할 것 겁난다는 거다.


하지만, 걱정 말라. 아이를 낳아도 충분히 엄마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여기 세 아이를 낳고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나 같은 엄마도 있지 않은가. 엄마가 희생(犧生)의 아이콘인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아이와 함께 행복을 누리는 희생(喜生)의 시대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아이들 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하세요!

롸잇 나우!




keyword
이전 25화아가, 엄마 좀 안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