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엄마 품이 필요한가?
우리 집 삼 남매는 무섭거나 불안할 때, 졸릴 때, 슬프고 힘들 때, 혹은 그냥 엄마의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는다. 8개월 된 막둥이는 울다가도 날 보면 양팔을 활짝 벌리고, 24개월 된 둘째 딸은 "엄마, 아나됴"하며 어설프지만 또박또박 자기 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5살 된 첫째는 일어나자마자 "엄마~~"하며 내 품에 파고든다.
각자 표현 방식은 달라도, 원하는 건 한 가지다. "엄마, 나 좀 안아줘"
많은 육아서에서는 아이의 안정된 정서를 위해 엄마의 품이 필요하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 이점이 아이에게만 해당될까? 삼 남매를 키우며 깨달았다. 엄마의 안정된 정서를 위해서도 아이의 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남편과 크게 다툰 날, 밖에서 상처를 받고 돌아온 날, 혼자 생각이 복잡해 잠 못 이루는 날. 남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마음을 품고 아이를 안고 있으면, 내 안을 맴돌던 화와 걱정이 차분히 가라앉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얼마 전 남편과 심하게 다투고 속을 삭이고 있었는데, 둘째가 "엄마, 아나"하며 작은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었다. 순간 '얘가 내 속상한 마음을 알아챘나?'싶어 놀라고 당황했지만, 아이를 꼭 껴안는 순간 나는 오히려 그 작은 품에 기대 위로를 받고 있었다. 한 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따스함이 흘러나오는지, 그저 안고 있을 뿐인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다. "너희 때문에 산다" 그땐 단순히 우리가 있어 엄마가 열심히 산다는 뜻으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부모로서 힘든 순간에도 결국 다시 마음을 붙잡고 살아가게 하는 건 아이들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밤 8시, 해가 어스름해지면 아이들은 서로 엄마와 자겠다며 아우성이다. 남편은 "수면교육에 실패했다"며 핀잔을 놓지만, 아무렴 어떤가. 아이들의 '애착인간'인 나는 이 방 저 방을 떠돌며 한 명, 한 명 품에 안고 재운다.
그렇게 서로를 채우는 따스함으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가, 엄마 좀 안아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