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가 대세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선업튀'는 10대부터 50대까지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쥐고 흔들고 있다. 극 중 남자 주인공인 '류선재'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 '선재앓이' 시청자 중 한 명인 내 유튜브 모든 알고리즘은 '선업튀' 영상으로 도배된 지 오래다.
'선업튀'는 드라마도 재미있는데, 영상에 달린 댓글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월요병이 사라졌다는 사람들부터 핸드폰에 남편 이름을 '선재'라고 저장하니 남편의 전화가 싫지 않다는 댓글 그리고 그동안 심장이 멈춰있는 줄 알았는데, 심장이 뛰고 있었다 등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들의 줄임말)들의 다양한 주접 댓글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재미있는 일을 했을 때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출된다고 한다. 도파민은 행복호르몬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통증개선, 동기부여, 식욕조절에 운동기능 향상까지 해준다고 한다. 어쩐지 육아로 기진맥진했던 내 체력이 드라마를 본 후 다시 풀 충전되는 게 신기하다 했더니만 이놈의 호르몬 때문이었던 거다.
지금은 드라마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드라마 보는 걸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었다. 드라마 보는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드라마가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여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망상은 오늘을 위로하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힘을 주고, 무미건조한 삶을 촉촉하게 하는 엔도르핀 역할을 해주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드라마의 순기능을 잘 활용하면 삶의 의욕을 잃은 우울증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을 상담할 때 내담자가 좋아하는 것이나 보고 있는 드라마 등을 묻는다고 한다.
흔히 삶을 지속하는 원동력을 먼 미래의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의즐거움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고 한다.그래서 삶의 낙이드라마 뿐이라면, 그 사람에게 드라마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일주일 더 살 수 있게 해주는 생명의 동아줄이 되는 것이다.
선재 업고 튀어 1화에는사고로 다리를 잃고 삶의 의지까지 잃은 여자 주인공 솔이에게 남자 주인공이 선재가 전화를 걸어 해준 얘기가 나온다.
"고마워요, 살아있어 줘서. 이렇게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고마워할 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러니깐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깐, 내일은 비가 온대요. 그럼 그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또 살아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사는 게 괜찮아질지도 모르잖아요."
그 대사를 들으며 이 드라마가 주는 진정한 가치도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 드라마 재밌지? 그러니깐 다음화를 보기 위해서라도 살아봐. 그러다 보면 드라마 외로 다른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사람을 살린다. 그게 바로 드라마가 지닌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