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덕질
내게 덕질의 시작은 TV 속의 연예인과 영화 속의 배우들이었다. 화면 속에 나오는 배우들이 어찌나 이쁘고 대단해 보이던지 꿈속에서 그녀들과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어렸을 때의 취미 중에 하나였다. 당시에는 학교 앞에서 연예인 사진을 코팅해서 나눠주는 일이 흔했었다. 이것이 컬렉션의 시작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의 사진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친구들 간의 거래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었다. 당시 용돈이야 뻔하니 돈보다는 지우개나 연필등 필기구등의 물물교환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었다. 이때 모은 컬렉션은 한동안 소중한 보물로서 내 방 깊숙이 모셔져 있었다.
나이를 먹게 되면서 여배우에 대한 덕질은 좀 더 구체화되었다. 대상을 정하면 그녀가 나오는 작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대상은 국내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외국 배우 역시 덕질의 대상이었다. 학창 시절 내 마음을 빼앗아 갔던 것은 제니퍼 코넬리였다. 원스 어폰어타임 아메리카에서 순수한 외모로 만인의 시선을 불러 모은 그녀는 공포영화인 페노미나에서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게 된다. 비디오테이프를 구하기 힘든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보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페노미나가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나는 새벽에 줄을 서서 기어코 30명 한정이 티셔츠를 받게 된다. 극장에서 나눠주는 팸플릿도 잔뜩 들고 왔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오로지 발품이 최고였다. 영화를 보려면 새벽에 나가서 줄을 서야 했다.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서울대에 갔을 거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사랑에 눈이 먼 나의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한 일이었다.
영화감독의 꿈을 꾸게 된 것도 제니퍼 코넬리의 영향이 있었음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감독으로 성공해서 할리우드로 가면 제니퍼 코넬리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기도 했다. 꿈에서라도 만나게 되면 하루 종일 신이 났었다. 좀 더 나이를 먹게 되고 대상이 다른 배우로 바뀌면서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JC라는 약자를 사용하는 것도 과거의 추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최근 모습은 톰크루즈와 함께 나온 탑건:매버릭에서 볼 수 있었다. 나이를 먹긴 했어도 미모는 여전함을 볼 수 있었다. 그녀와의 접점은 없지만 여전히 응원한다. 지금처럼 오래도록 배우 활동을 지속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대표작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
페노미나 (1985)
라비린스 (1986)
정오의 열정 (1990)
인간 로켓티어 (1991)
다크 시티 (1998)
뷰티플 마인드 (2001)
헐크 (2003)
블러드 다이아몬드 (2006)
지구가 멈추는 날 (2008)
노아 (2014)
알리타:배틀에인절 (2019)
탑건:매버릭(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