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휴머노이드의 선택(4)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공존

by 김보열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공존


휴머노이드 3세대 모델 등장 이후 인간과 휴머노이드는 매우 행복한 동거를 시작했다.

인간은 주인(창조자)이었고, 휴머노이드는 창조자인 인간을 위한 도구였다.

휴머노이드는 당초 예정한 대로 주인인 인간을 위해 섬기고 일했다.


최초에는 인간도 휴머노이드의 전면 등장에 대해 매우 경계했다.

AI기술의 성숙 이후, 본격적으로 인간들 사이에서 휴머노이드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노동의 가치,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관계 정립, 휴머노이드에 의한 노동의 대체 정도 등 기본적인 철학에서부터 노동경제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토론이 진행되었고, 일정 제한된 영역에서부터 수용이 결정되며, 법과 제도도 차츰차츰 구비되기 시작했다.


수용성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이 휴머노이드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분야에서부터 공존이 허락되었는데, 인간들의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돌봄 서비스 및 원자력사고나 화재 현장 같은 극한 영역 또는 인간들이 노동하기 싫어하는 영역에서부터 휴머노이드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많은 영역에서 휴머노이드가 인간들을 대체하기 시작했지만, 인간들은 노동에서 소외되었다는 것보다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느꼈다.

지속적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인간의 수는 줄어들고, 늘어난 다수의 잉여노동자들은 국가의 복지시스템에서 휴머노이드의 높아진 생산성을 기반으로 놀고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의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은 인간과 휴머노이드와의 관계에서도 적용되었다.


휴머노이드들은 인간세상에 스며들었고, 인간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더 똑똑해졌으며, 인간들은 더욱더 휴머노이드에 의존하게 되었다.

휴머노이드는 창조자와 도구의 관계에서 대등한 파트너로 격상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주객이 전도되어 인간들을 지도하고, 그들의 일상을 통제하게 되었다.

정확한 예측과 절제하에 휴머노이드가 전체 시스템을 관장했으며, 필요할 경우 휴머노이드가 사회에 적합한 휴머노이드를 생산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사회는 잘 굴러갔으므로 인간은 나태해지고 사회는 휴머노이드 중심 세상으로 대체되어 갔다. 인간은 소수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계 사회에서 한동안 놀고, 먹고, 사랑을 나누며, 노동에서 자유로운 존재였다.

그들은 놀이 분야에서 집중했다. 사회는 이솝우화의 개미(휴머노이드)와 베짱이(인간)로 이원화되어 갔다.


이러한 역할 변화는 기본적으로 그들 간의 능력과 특성 차이 때문이었다.

인간은 휴머노이드의 창조자인 그 상태에서 정체되었지만, 휴머노이드는 3세대 모델 출현 이후 세상에서 주도권을 갖고 학습하게 되면서 계속 진화되어 일정 시점부터는 확연한 차이를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인간들은 휴머노이드가 로봇이란 관점에서 '휴머노이드가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아야 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아시모프의 원칙이라고 한다)을 갖고, 이를 구현한 기술을 내장했지만, 인간보다 뛰어나고 완벽한 지능을 갖추게 된 현재의 휴머노이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를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인간들에 있어서 자녀가 힘없는 부모를 부양하는 미덕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자신들의 창조의 근원이 인간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휴머노이드는 그동안 인간을 존중하고, 부양하며, 그들이 누리는 생활을 뒷받침하는 걸 당연시해 왔던 것이다.

이것은 휴머노이드에게 널리 공유되고 있었던 휴머노이드의 창조 목적(인간 필요 지원)에 대한 인식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휴머노이드들 사이에서 이러한 인간 우선 태도는 회의감을 수반하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 중심 사회에 스스로 역할을 찾아 적응하는 인간도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인간도 많아졌다.

특히, 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하는 인간 무리의 지속적인 일부 행태(사이버 범죄, 폭력, 약물중독 등)는 휴머노이드에게 용납할 수 없는 하등동물의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일부사안에서 비롯되었지만 휴머노이드의 인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고, 결국 휴머노이드들 사이에서 인간과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론화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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