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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계약 완료! 이곳은 나의 원픽 출판사였습니다.

by 너울

2021년, ‘나는 강의하는 간호사입니다’라는 첫 책을 출간한 이후 글을 쓰는 삶은 내게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강의를 하며, 돌봄을 가르치며, 그리고 살아가며 나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어느새 글이 되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리고 그중 어떤 글들은 ‘언젠가 꼭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남았다. 그 ‘언젠가’가 드디어, 오늘이 되었다. 포널스와 두 번째 에세이 출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첫 책 출간 후 포널스의 간호사 타임즈에서 인터뷰를 했었다. 내가 먼저 찾아갔던 발걸음이다. 책을 홍보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때 따스하게 응대해 주던 포널스 선생님은 기억창고에 오래 남아 있었다. 더불어 그 인터뷰를 통해 좋은 생각에서 원고 청탁도 받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https://blog.naver.com/59kos/223073827223

나에게는 특별한 출판사다. 출판 기획서를 작성하고 대표님께 메일을 쓰며 전송 버튼을 누르던 날,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렸어요. ‘혹시... 연락이 올까?’ 기대반, 걱정반으로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4일 정도가 지난 후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의 주인공은 포널스 대표님이었다.

강의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하니 카톡으로 인사말을 남겨주시며 시간 될 때 전화를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메시지 때문에 50분 강의가 500분처럼 느껴졌다. 쉬는 시간 1분도 지체 없이 전화를 드렸고, 대표님의 한 마디가 울림이 되었다.


“작가님, 치열하게 살아오신 여정들이 이 안에 있네요. 우리 미팅 한번 합시다. 유퀴즈에 출연한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

포널스 출판사 대표님과는 이렇게 만남이 이루어졌다. 17년 동안 강의장에서, 삶에서, SNS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모든 발걸음을 대표님과 공유했다. 임상을 이어가는 간호사가 있고 나처럼 탈임상이 된 간호사가 있다.


그동안 함께 출간했던 작가님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고 간호보다는 돌봄에 가까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내용보다 김옥수라는 사람을 바라봐 주신 대표님이다.

“계약서 작성합시다.”


벌컥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느라 조금 힘이 들었지만 그 정도의 무게는 쉬이 감당할 수 있는 축복의 무게감이다. 계약서 작성 후 포널스 문을 나오며 괜스레 나 자신에게 한 마디 전해주고 싶었다.

“수고했어. 여기까지 오느라.”


이번 책은 지난 몇 년간 강의실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100번이 넘게 읽어온 요양보호사 표준교재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노인을 가르치고, 돌봄을 준비하며, 나 자신도 늙어간다는 사실을 매일 더 깊이 실감하며 써 내려간 기록들이다.


누군가의 노년이, 누군가의 슬픔이, 누군가의 회복이 어쩌면 내 미래의 한 조각일 수 있다는 생각은 이 글을 쓰는 내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이번 책에서는 '지식'보다 '지혜'를 담고 싶었다. 돌봄이 단지 손과 발의 움직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이해하고 포개는 일이라는 것을 조용하고 따뜻하게 전하고 싶었다.


출간은 아직 몇 달이 남았다. 초고가 완성이 된 상태였지만 출판사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게 목차도 글도 조금은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디자인도, 제목도, 편집도 앞으로 더 논의할 일들이 많다.


하지만 마음속에 늘 품고 있던 “바로 그곳”과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가슴이 벅차고 기쁘다.


나는 오늘도 강의를 하고, 글을 쓴다.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내가 되고 싶은 작가에 다가가고 있다.

여전히 돌봄을 말하며, 그 안에 담긴 철학을 나누며 내 방식대로 나의 길을 걷고 있다.


다가올 책을 기다려주실 독자님들께,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조금 이르지만, 함께 축하해 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P.S: 이번 책은 브런치 작가 프로젝트를 하며 작성했던 글이 함께 수록된다. 이곳으로 내 발걸음을 인도했던 오석종 작가님을 비롯해서 함께 했던 2기 동기 샘들에게 감사함을 전해본다. 더불어 제 브런치를 구독하고 읽어주시며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같은 마음으로 고개 숙여 봅니다.


포널스 전경,이곳에 내 책도 곧 놓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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