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를 퇴고하는 길을 걷고 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한 달의 기간을 받았다.
첫 책 보다 조금은 더 부담스럽고 무겁다.
글쓰기가 좋아서 무조건 작가가 되고 싶다고 외치며 출간한 책이 첫 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작가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알게 된 후다.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다고 하지만 모두의 글을 책으로 만나볼 수는 없다. 은혜가 허락될 때만 가능한 일이다. 나의 실력도, 나의 재능 덕분도 아니다.
오직 내 주님이 부어주신 은혜로만 이루어진 일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나는 잘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시간과 기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세상 문을 열고 나간 후에는 오로지 주님의 뜻대로 행해진다.
출간될 책만 생각하면 매일 눈물이 난다. 두려움이 밀려들 때도 있다. 글에 대한 독자의 시각, 판매에 대한 부담 등 온갖 것들이 걱정이라는 이름을 달고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기도한다. 퇴고를 하면서도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달라고 부르짖는다.
오늘은 글을 다듬으며 이런 생각과 마주했다.
"에세이 작가의 행복은 무엇일까?'
퇴고하며 만난 답은 이렇다.
"쓰면서 나를 더 선명히 알아가는 기쁨”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흐릿한 마음의 풍경에 이름을 붙이고, 지나간 감정에 좌표를 찍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문단, 한 문장을 쓸수록 '나는 누구였고,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가 조금씩 또렷해진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진심으로 나를 정의할 수 있게 되는 일이고,
내가 믿고 살아온 것들의 실체와 마주하는 일이다.
마치 오래된 기도가 현실이 되어 손을 내미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감동이고, 더 흔들림이 없는 사람으로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내 안 깊이 자리 잡은 진짜 나와 마주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한 확신이 있다. 그 시간을 꺼내보는 것이 에세이 작가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다.
오늘 주어진 퇴고의 시간에 감사하며 세상에 나가는 그날까지 행복함을 만끽하는 너울작가 되어야겠다. 출간된 이후 감사의 항목에 이 시간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늘 응원해 주시는 분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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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일지
#출간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