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의 짧은 악수, 그러나 긴 여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말없이 다가온 그 손을 조심스레 맞잡는 순간, 우리 사이를 감돌던 무언의 감정이 손끝을 타고 고요히 흘러왔다. 나는 그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말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하고 있을게요.”
휴머니튜드는 단지 돌봄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태도’라고 믿는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다정한 말투로 감정을 건네며, 따뜻한 손길로 접촉하고, 가능한 한 서 있는 자세로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것. 이 네 가지를 성실히 실천한 뒤, 마지막으로 도달해야 할 다섯 번째 단계는 바로 ‘재회의 약속’이다. 함께한 시간이 길고 짧음을 떠나, 그 만남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마음을 나누는 의식이 바로 이 순간에 담겨 있다.
강의가 끝나는 순간, 나는 매번 이 다섯 번째 단계를 결코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이번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그 의식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출간을 앞둔 책의 에필로그 일부를 전했다.
17년 동안 요양보호사 양성교육을 해온 이유, 강의비가 오르지 않아도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이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강의를 하러 달려온 이유까지…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진심을 꺼내어 드러냈다.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아름다워지고 있는 나와 만나는 시간이 좋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나 내가 쌓아가는 이 아름다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나눌 때 더욱 깊어지고 향기롭게 남는 것이라 말하며, 잔향을 이곳에도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주간보호센터 한편을 차지하고 있던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느 날, 저 자리에 내가 앉아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나는 과연 행복한 돌봄을 받고 있을까요? 솔직히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냥 두지도 않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 진심을 다해 휴머니튜드를 나눴으니, 이 기억이 그날의 답이 되어줄 거라 믿거든요.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 미래의 나를 돕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을 간직하며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는 함께입니다.”
이 마지막 멘트가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관계는 순환한다. 이별이 있다면, 반드시 그 끝에는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정동하의 노래 제목처럼, ‘추억은 만남이 아닌 이별에 남고’, 우리가 작별하는 그 순간이 오히려 가장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이별이란, 또 다른 만남을 설레게 만드는 예고편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껏 요양보호사 교육원, 평생교육원, 디멘시아 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휴머니튜드 강의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강의는 특히 의미가 깊었다. 그동안 중에서도 가장 어르신과 가까운 현장, 바로 주간보호센터에서 진행된 강의였기 때문이다.
강의 준비를 하며 느낀 책임감은 무거웠고, 두려움은 은근히 스며들었다. 단순한 이론만으로는 전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현장의 실무자들에게 공허한 말로 들릴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함께했다. 그러나 그 부담감은 오히려 내 안의 더 깊은 진심을 이끌어냈다. 더 오래 고민했고, 더 많이 성찰했다.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사람’으로 그 자리에 서고자 했다.
참여자들과 함께 이론과 실기를 오가며 실패와 성공을 오롯이 체험했고, 때론 감동이, 때론 웃음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의무적으로 참석한 직원교육이었지만, 워크숍처럼 즐겁고 배움의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 마음들을 품은 채, 나는 마지막 의식으로 향했다.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요청하는 일이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짧은 인사였지만, 그 악수에는 내가 감당하고자 했던 모든 마음을 담았다.
그것은 단지 예의나 형식이 아니었다. 짧은 만남을 귀하게 여긴 마음, 다시 보고 싶은 간절한 바람, 당신의 노고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까지, 모두 손끝으로 조심스레 흘려보냈다.
악수는 어쩌면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재회의 약속일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 감정을 늘 곁에 두기 어려운 우리는 종종 마음을 전하는 일에 서툴다. 그래서일까, 손을 내미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 어색하더라도, 쑥스럽더라도, 한 사람의 존재를 진심으로 인식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날, 센터를 나서려던 찰나 한 분이 말했다.
“오늘 악수했던 그 느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 말이 나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재회의 약속은 단지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라는 고백이다.
오늘도 나는 바란다. 그 짧은 악수 하나가 한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할 때, 그때의 온기를 기억해 준다면 우리는 그날의 따뜻함으로 다시 연결될 것이다.
더불어 그 온기가 어르신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란다. 어르신들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오늘 하루이다. 내일은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주어진 오늘 하루가 가장 따뜻하고,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매일의 만남으로 쌓이는 행복은, 시간이 멈춘 뒤에도 온전히 남는다. 당신과 함께한 모든 시간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약속이자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을 향한 설렘을 남기는 인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