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에세이 출간 여정>
출간을 앞두고 있는 책의 원고를 출판사 대표님께 전송한 지 6일째 되던 날이었다.
운전 중이라 받지 못했던 부재중 전화 버튼을, 떨리는 손으로 눌렀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를 확인하자마자 들려오는 메시지였다.
“선생님, 제가 보내주신 글을 모두 읽었습니다. 일단 글이 좋습니다.”
그 한마디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울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위로를 느꼈다.
‘내가 잘 써낸 게 맞는구나. 그래도 나, 잘하고 있구나.’
첫 책은 용기 하나로 시작했다. 간호사로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보며, 감사와 회고를 담아낸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번째 책은 다르고 싶었다. 이번에는 실력으로 쓰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삶, 앞으로 걸어갈 길, 그 안에 담긴 희망과 방향을 글로 온전히 표현하고 싶었다.
초고를 완성한 상태로 투고했지만, 출판사에서는 한 달의 시간을 더 주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들여다보며 퇴고했고, 목차도 전면 수정했다.
원고를 전송한 날까지도 마음은 무겁고 불안했다.
‘과연 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날, 대표님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지금도 내 삶의 에너지가 되어 매일을 밀어주고 있다.
(사실 하루에 한 번씩 대표님의 메시지를 읽는다.)
이동 중이라 아쉬움이 남았다는 말과 함께, 대표님이 보내주신 문자에는
내가 전하고 싶었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보내주신 원고를 정독하며 한 장, 한 장마다 선생님의 숨결이 배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조용하고도 단단한 문장들이 전하는 울림은, 간호사의 마음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 전체를 감싸 안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다.
“그래서 이번 책의 제목은 《간호사, 다시 나를 돌보는 시간》
부제는 ‘일, 감정, 기억 사이에서 다시 만나는 나의 하루’로 정했습니다.”
그 제목을 보는 순간, 내 안에서 ‘그래, 이거야’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내가 쓰려했던 모든 것이 그 한 문장에 담겨 있었으니까.
“이 제목은 단지 책을 대표하는 이름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써 내려간 그 모든 문장의 호흡과 리듬을 품은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살려 낸 물’에서 시작된 작은 감각의 기록은, ‘세월을 끌어안는 힘’을 지나 결국 ‘지나온 모든 시간을 끌어안으며’에 도달합니다. 한 사람의 간호사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여정이 그 안에 조용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나의 첫 독자가 되어주셨다. 그런데 그 이상이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할 때는 만나 뵙지 못한 대표님이지만 이번 출판사 대표님은 제목부터 표지 시안, 이미지와 삽화까지 모두 직접 챙겨주셨다.
이미 내지 시안도 받아본 상태로 두 번째 퇴고에 들어갔다. 책의 숨결을 세심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대표님과 함께하고 있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감동은, 역시 대표님의 피드백이다.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자신만의 ‘마음의 안전 구역’을 만드는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관계를 맺되 지키는 거리감, 돌봄을 이어가되 자신을 잃지 않는 균형감—
그 모든 것이 이 책에 너무도 아름답고 정직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김옥수 선생님의 이 책은, 간호사로 살아내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돌봄의 주체로서 자신을 잊지 않으려는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거울 같은 책이 되리라 믿습니다. 원고 작성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름다운 원고를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 문장은 지금도 글을 쓰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응원처럼 다가온다.
그분이 단지 출판사 대표가 아니라, 진심으로 작가의 숨결을 읽어주는 분이시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를 가장 먼저 읽어준 단 한 사람, 그 진심이 이 책의 첫 울림이 되었다.
책 한 권의 출간을 넘어, 한 사람의 존재를 세워주는 이 감동이 더 많은 독자에게도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출간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출판사에 누가 되지 않는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