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이 커야 많이 받을 수 있다. 작은 그릇에는 아무리 넘치도록 부어줘도, 결국 모두 흘려보낼 뿐이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 그릇의 크기를 결정짓는 것은 내 역량, 능력, 실력 같은 것들이다. 더 큰 그릇을 갖기 위해 애쓰고, 경쟁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 역시 매일같이 그 싸움에 내 마음을 던져왔다.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커질까?’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기회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커질까?’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명예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커질까?’
물론 지금도 이런 질문들과 영원히 이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질문들과의 만남을 조금씩 줄여가려 노력한다. 이제는 조금 다른 그릇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는 나에게 가장 키워야 할 그릇은 바로 ‘감사함’이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작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에도 크게 감사할 수 있는 마음, 작은 친절에도 크게 기뻐할 수 있는 마음, 당연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길을 찾아 헤아릴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이 있으면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느껴지고,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 안에 채워 넣을 수 있다.
나는 그 감사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매일 훈련받고 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해 오신 주님의 발자취를 다시금 새겨보며, 그분의 은혜를 기억하는 훈련이다. 성경을 읽으며 언젠가부터 ‘은혜’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글자에 생명력이 붙었다고 할까.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자격증을 준비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모든 꿈을 다 이룰 수 있으리라는 착각.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착각일 뿐이다.
“교수님, 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고, 생활지원사 자격증도 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취업이 안 될까요? 필요한 자격증은 다 땄는데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마음에 남는 단어는 ‘은혜’였다.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원한 대로 되었던 그 순간이야말로 은혜였다.
그래서 ‘값없이 받는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릇이 커야 행복이 넘친다’는 말. 이제는 조금 다르게 이해해 본다.
하나님의 그릇 안에는 오로지 감사가 담겨야 하고, 그 감사는 은혜를 이해하는 순간부터 오롯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 그릇이 커지면, 넘치도록 부어주실 주님을 나는 믿는다.
감사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또 다른 감사의 씨앗을 자라게 한다.
오늘도 나는 그 그릇을 채우고, 키워가는 연습을 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하루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되기를, 늘 기도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