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강 이러닝 원고의 폭포 속에서 중심을 잡는 강사

by 너울

쏟아지는 폭포 아래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비밀

요즘 저는 '이러닝(e-Learning)'이라는 거대한 폭포 아래 서 있습니다. 1년 전 처음 개발 제안을 받았을 때의 설렘은 어느덧 묵직한 책임감이 되어 제 일상을 흠뻑 적시고 있습니다. 현재 제 앞에는 세 개의 이러닝 프로젝트가 줄을 서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포수에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도 들지만, 저는 이 과정을 기꺼이 다독이며 걸어가 보려 합니다.

이러닝은 단순한 강의 그 이상입니다. 주제 선정부터 학습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목차 구성, 그리고 숨 막히는 원고 작업까지... 책을 써본 작가이기에 목차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만큼 매 차시의 제목을 정하고 내용을 채워 넣는 일은 매번 산통(産痛)과 같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AI의 도움으로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어디까지나 AI는 조력자일 뿐입니다. 현장의 생생한 공기와 간호사로서의 직관, 그리고 18년의 내공을 녹여내는 것은 오롯이 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막막함을 해결해 줄 '청량함'을 꿈꾸며

다행히 첫 번째 고지는 무사히 넘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강좌입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를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함을 드리고 싶었는데, 다행히 담당 PD님께 원고가 너무 좋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3월 초 촬영을 앞둔 제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두 번째인 '노인 인권 교육' 원고도 오늘 막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카메라 앞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안도할 틈도 없이, 저는 지금 가장 높은 벽 앞에 서 있습니다.

30강의 거대한 고지, 명절의 한판 승부

이제 제가 넘어야 할 산은 요양보호사 경력자들을 위한 '심화 돌봄 교육 30강'입니다. 분량의 높이도 압도적이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쉬어가는 이번 명절 내내, 저는 이 원고들과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합니다.

목차는 이미 선정되었고 이제 '시작'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순간순간 숨이 막히는 중압감이 저를 덮쳐옵니다. 헉헉대며 숨을 고르는 순간들이 찾아오겠지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결국 제가 이 시간을 잘 견뎌내리라는 것을요.

과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30강을 개발했던 경험이 제 안에 단단한 이정표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로지 혼자만의 싸움입니다. 상황은 달라졌지만, 저는 다시 신발 끈을 묶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비밀은 '대상'을 향한 마음입니다

거대한 중압감 속에서도 제가 흔들리지 않고 다시 펜을 잡는 비밀은 명확합니다. 바로 이 강의를 들어줄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입니다.

현장에서 돌봄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을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헤맸을지... 그분들의 고단한 뒷모습을 상상합니다. 제 강의가 그분들의 막막한 현장에서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제가 겪는 이 숨 막히는 과정은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마다 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을 선언합니다. 폭포수 아래에서도 중심을 잡는 힘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답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제 30번의 고지를 향해 첫발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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