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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Oct 23. 2023

'가불'을 할수록 신용도가 올라간다.

'가불' 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기한에 맞게 지불 되어야 할 돈을 미리 달라고 하는 것이 가불입니다. 이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해본 사람은 알거든요.


전 23살에 가불을 경험 했습니다.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저 이번달 월급 가불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 내가 장사 20년 만에 가불 해달라는 아르바이트 생은 처음이네. 무슨 이유가 있어?"

 

대학교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월급날 보다 등록금 지불 날짜가 앞에 있다보니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레스토랑 사장님께 드린 부탁이었고  가불 이유를 듣고 흔쾌히 들어주셔서 오늘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그때 당시는 원망스러웠습니다. 학비 걱정없이 학교 잘 다니는 애들도 많은데 왜 하필 나는 가불을 해야만 졸업이 가능했던 걸까?


 간호사 국가고시를 앞둔 3학년 2학기 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가고시가 아니었습니다.


학교를 다시 갈 수 있어야 시험도  응시할 수 있지, 학교를 다시 못 가면서 국가고시는 무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가불' 이란 단어는 이렇게 처량하고 원망스러웠던 삶의 순간을  회상 하게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목사님 말씀을 통해 '가불'이라는 단어를 달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미리 당겨서 달라고 하는 건 신용도에서는 낙방 점수를 얻어가는 사람과 같습니다. 사정이 어찌되었건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가불'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그 곳은 고난이라는 상황입니다. 고난과 동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떠나 가라고 울부짖으며 원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난과 마주하게 될 상황이 생긴다면 빨리 '가불' 해달라고 떼를 써도 됩니다.총량의 법칙이 고난의 양에도 적용되니까요.


내 삶의 과거를 돌아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겪어보지 못한 고난들을 20대에 많이 경험하며 살았습니다. '가불' 역시 그 중하나였고요. 그때는 이런 고난들이 내 삶에 얼마나 많은 행운을 가져다 줄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요.  


 고난 다음에 장차 받을 영광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고난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이유를 찾으려고 하니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입니다.


과거에 집중을 해야 할 단어가 있고,

현재에 집중해야 할 단어가 있고, 미래에 집중해야 할 단어가  있습니다.


고난은 미래에 집중해야 할 단어입니다.  내 초첨을 미래 시간에 두어야 합니다. 현재에 두게 되면 견디는 것이 고통 그 자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고난 다음에 반드시 성장하고 변화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묵묵히 오늘을 견디며 정진할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묵상이 내 과거 '가불'의 행적을 감사로 바꾸게 했던 것 처럼요.


앞으로도 저는 가불을  할 예정입니다.  돈이 아니라 고난에 대한 가불입니다. 고난 만큼은 높은 신용도를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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