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는 길이 쉬운 길인 줄 알았다.

by 너울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을 찾았다. 바쁘다는 것이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진실로 바쁘게 살았던 2024년이 맞다.


작년에도 열심히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2024년은 그때와 비교해 보니 “더”라는 글자를 붙여주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12월까지 마감 기간이 있는 과제를 진행해야 했고,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잠시 주어진 여유를 서점에서 찾아보고자 방문을 했다. 수많은 책들을 하나씩 둘러보며 나도 모르게 내발이 향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내가 출간한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2025년 요양보호사 문제집이 개편되었다. 그 어느 분야보다 좁은 곳이다. 요양보호사 시험은 국가고시 형태로 국시원에서 주관한다. 국가 자격증이기에 교과과정도 전국 모두 동일하고 시험 문제도 동일하다. 문제집 없이 교재로만 공부하기에는 조금 무리수가 있는 시험이다.

문제집 한 권 정도는 모두가 필수처럼 가지고 있다.


이 문제집은 요양보호사 교육원 원장님들이 출판사와 협약을 하고, 학생들은 그 문제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선택에 맡긴다는 말을 하지만 보통은 교육원에서 반 강제적인 구매를 하게 된다. 내가 재직 중인 교육원도 마찬가지다. 금액이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한다.


문제집의 퀄리티를 따지기 전에 저렴한 가격이 우선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과정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도 문제집을 출간하는 강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처럼 시대고시(시대에듀)에서 출간 제안을 받게 했다. 그 제안을 받을 당시 출판사 팀장님께 이런 질문을 했었다.


“팀장님, 이 문제집을 어떻게 판매하실 계획이신가요? 대부분의 교육원은 이미 구매하는 출판사들이 모두 있을 거라서요.”


내 질문에 당황보다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답을 하셨다.


“교육원을 통한 구매를 싫어하거나 또는 추가적으로 문제집이 필요한 분들에게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쪽에서는 1등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포부를 듣고 출판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어느덧 1년이 지나갔다. 너무 감사하게도 2024년 1년 동안 2쇄까지 달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 곳의 온라인 서점에서는 1등의 판매실적도 올렸고, 인터넷 포털 메인화면 광고에도 올랐었다. 그저 감사한 일이 찾아온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갑작스러운 2차 개편으로 2025년 문제집을 다시 개편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또한 나에게는 또 다른 기회로 다가와 줄 것이다.

이런 여정을 담고 출간한 책이 [너울샘의 요양보호사 과외노트], 문제집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내 발이 향했던 곳이 이런 사연을 다시 회상하게 했다.

수많은 수험서 중 요양보호사 문제집은 한 칸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칸도 채우기에 부족한 몇 권의 문제집이 전부다.


이 모습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있다.

누구나 가는 길이 쉬운 길인 줄 알았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기에 나에게도 훤하게 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길에서 내 길을 찾는 것은 더 어렵다. 워낙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걸었다.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걸어갈 수 있는 길이었다. 나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포기하도록 부추김을 해댄 적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그 길 위에 있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그저 나와 같은 사람들은 몇 명 없다. 아니, 아직도 만나보지 못했다. 요즘은 이 길을 나처럼 걷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찾아온다.

여기까지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안다.

누구나 가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한다.

각오만큼은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좁은 길이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 안에 있는 수많은 수험서 중 요양보호사 문제집은 한 칸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칸 조차도 넉넉히 채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칸을 채운 주인공 중 하나가 16년 경력을 가진 요양보호사 강사, 김옥수 너울샘이다.

이 길이 앞으로도 넓은 길이 될 것 같은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요양보호사 교육원 상황이 전국적으로 호황보다는 악화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찾아온다 해도 불안하지는 않다. 좁으면 좁아질수록 내 길은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제 곁눈질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선명함을 보았으니 그 빛을 따라 꾸준히만 걸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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