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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사장의 고군분투 개업 첫 날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닐까요?

by 쉬리

드디어 영업 첫 날입니다.


장사라고는 한 번도 해본 일이 없습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2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침내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두렵기도 했지만 설렘이 앞섰습니다. 내 가게의 음식을 먹기 위해 몰려올 손님들을 상상하며 전날 밤 머릿속으로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그리며 나름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 단시간에 손님이 몰리는 상가 식당의 특성에 맞게 주방에 5명, 홀에 저를 포함해 3명, 제법 많은 인원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 말고는 모두 경험도 많았습니다. 메뉴는 김치찌개, 청국장, 고등어, 제육 그리고 뚝배기불고기로 아주 대중적인 차림 이었습니다.


11시 10분쯤 드디어 한 두명 씩 찾아 주셨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내 가게에 밥 먹으러 온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서 말 그대로 줄줄이 몰려왔습니다. 들뜨지도 당황하지도 않았습니다. 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뿐인 한식집에 개업 첫날이니까 어느 정도 북적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11시40분 쯤 되자 밖에 10여 명이나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손님들은 왜 이리 밥을 오래 먹는지. 주방에선 왜 빨리빨리 음식을 못내는지. 기다리는 손님들이 다른 집으로 가면 어쩌나 초조했습니다. 저는 나름 능숙하게 서빙하며 정말 날라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철저히 대비했건만 하나 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테이블 번호를 헷갈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테이블로 음식이 나가고 잘못나간 음식을 그냥 먹겠다고 해서 서빙하면 다른 테이블 음식이 펑크나고, 주방에선 모두 나갔다는데 음식은 모자라고... 이게 한 번 꼬이면 연속으로 꼬이게 됩니다. 안 그래도 주문이 밀리는데 조리했던 음식을 또 만들고 어떤 음식은 그대로 버려지고... 여기에 대기 손님들이 서로 자기가 먼저 왔다며 막무가내로 자리를 차지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출입문이 앞뒤에 두 개여서 벌어진 일입니다.


두 번째는 손님들의 입 맛 맞추기입니다. 어느 분이 짜다해서 주방에 ‘짜답니다’하고 얘기했더니 곧 다른 분은 싱겁다는 겁니다. 또 싱겁다고 얘기했지요. 이미 전쟁터인 주방에서 이런 ‘변덕’이 곱게 들릴 리가 없지요. 초보 사장과 노회한 주방장과 갈등은 첫째 날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음식 조리시간 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런대로 음식이 늦지 않게 나갔지만 나중엔 20~30분 기다리는 게 예사였습니다. 손님들이 모두 저만 째려보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서빙하는 알바생들이 계속 주방에 재촉했지만 문제는 홀이 잘 보이지 않는 주방에선 손님들이 얼마나 기다리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홀과 주방과 기싸움이 시작 되었습니다.


손님들은 음식 빨리 달라, 내가 먼저 왔다 외치고, 주방선 음식 빨리 내가라하고 서빙 알바생은 주방에 음식 언제 나오냐 하고, 초보 사장인 저는 계산하랴 주문 받으랴 홀과 주방 중재하랴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또 계산 안하고 사라진 손님 찾기까지...


어쨌든 손님의 눈총을 셀 수없이 받고 너덜너덜해진 채로 어찌어찌 첫 날 영업을 마쳤습니다.


얼마나 팔았나 확인해 봤습니다. 163그릇. 2시간여 동안 판 것이니 대략 30~40초에 한 그릇씩 나갔습니다. 패스트푸드점 햄버거보다 빨리 팔았습니다. 정신없는 하루였고 문제도 많았지만 뿌듯했습니다. ‘아!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성취감 같은 것이지요. 내일은 실수없이 더 잘할수 있을거란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런데 큰 실수는 또 있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알았지만 계산이 제대로 안된 것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 카드를 리더기에 넣으면 바로 계산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넣자마자 빼고 ‘감사합니다’만 외쳐댔던 겁니다. 다음 날 어떤 손님이 카드 천천히 뽑으라고, 계산 안 된다고 알려 주셔서 알았습니다. 아마 그 손님이 첫 날 계산이 안됐던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습니다. 초보 사장을 얕잡아볼 것 같기도 해서요.


전 개업 첫 날 매출이 얼마나 올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불확실한 자영업자의 미래가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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