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돌아온 날

작은 변화가 나를 다시 좋아지는 쪽으로 이끌었다

by 서녘

밤과 낮이 뒤집힌 생활을 하고 있었다.


퇴사 후에는 아침 일찍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들던 시기가 분명 있었다.


그때는 하루가 규칙적이었고,

그 규칙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밤이 길어졌다.


낮이 짧아지고,

하루가 늘어져 있었다.


눈을 감아야 할 때는 자꾸 깨어 있었고,

일어나야 할 시간에는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게 며칠, 몇 주를 반복하자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는 것과 함께

마음도 조금씩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만 되는 걸까?’

‘왜 아침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자책과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이

밤을 더 길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제주에서 보낸 2주의 시간도

그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마음을 다잡고,

조금 더 나은 흐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결국 밤낮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더 아쉬웠다.

그리고, 본가로 돌아온 첫날.


거짓말처럼 생활 리듬이 바로 바뀌었다.

아마도 돌아오기 전날까지도 잠을 거의 못 자고,

밤을 새운 탓이 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고 그대로 쓰러져 잤다.


일어나서는 운동을 했고,

운동 후에는 또 깊이 잠들었다.


몸이 고단하다는 느낌이 온전히 밀려오자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문득 눈을 떴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빛이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새벽과 아침 사이의 어스름이었다.


그 시간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조금 더 맑고 고요하게 느껴진다.


아무 소리도 없는데,

어쩐지 무언가가 채워져 있는 느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 이런 아침이 이렇게 좋았었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감각이었다.


밤낮이 뒤집힌 생활에서는

아침이 더 이상 반가운 시간이 아니었다.


그저 피곤하고 버거운 시작 같았다.


그런데 다시 마주한 이 아침은

이유 없이 따뜻하고,

아무 일도 안 했는데도

‘괜찮다’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무언가를 하진 않았다.


그냥 얼굴에 시원한 팩을 올리고,

다리 스트레칭을 해주며

천천히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그저 지금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침이라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구나.


그렇게 다시 아침으로 돌아온 날,

조금은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뭘 해볼까?

이 시간을 어떻게 채워볼까?

이런 즐거운 고민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루가 바뀌는 건,

마음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걸.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 변화가 나를

다시 좋아지는 쪽으로 이끌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삶은 거창한 결심이나

큰 전환점으로만 달라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가끔은 이렇게 아주 사소한 리듬 하나,

아침의 공기 같은 작은 순간들이


내 마음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는 걸.


밤과 낮이 바뀐 채 무기력했던 시간 속에선

이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빛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아침에 서 있으면

다시 살아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작은 변화를 붙잡아보기로 했다.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다시 내 안의 아침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부드럽게 다가올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