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집중이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나는 원래 시간을 재며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글은 마음이 움직일 때 흘려보내는 것이고,
때로는 여유롭게 늘어지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퇴사 후 본가에서 지내며,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는 자유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많아질수록
몰입은 줄어들었다.
글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결과는 흐릿했고,
하루를 돌아보면
‘나는 오늘 시간을 잘 쓴 걸까?’ 하는 물음이 남았다.
그때 제주에서 문득 떠올랐다.
예전에 뽀모도로 타이머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그 시절의 나는
정해진 시간 안에 몰입하고,
알람이 울리면 숨을 돌리고,
짧은 집중을 여러 번 반복하며 글을 썼다.
타임어택 같은 긴장감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재미가 있었다.
스스로와의 작은 경쟁처럼 느껴졌고,
짧은 시간 안에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그 타이머를 챙겨왔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타이머를 돌린 채 글을 쓰고 있다.
놀랍게도, 집중의 감각은 금방 돌아왔다.
주어진 25분 안에 해낼 수 있는 것에 온 힘을 쏟고,
짧은 휴식으로 머리를 식힌 뒤
다시 타이머를 눌러 새로운 구간을 시작한다.
그 리듬이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여유로운 글쓰기에도 분명 좋은 점이 있지만,
때로는 시간을 한정했을 때 더 깊어지는 몰입이 있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다.
오늘 깨달았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 내가 더 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닿아 있다는 걸.
그래서 당분간은 이 작은 타이머에 기대어보려 한다.
짧고 선명한 집중 속에서,
더 단단한 나를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