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앉아 있는 마음

햇살 아래 서는 일보다, 그늘에 머무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by 서녘

언젠가부터 나는

그늘을 피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어두운 자리를 두려워했다.


햇살 아래 있어야만 안전하다고 믿었고,

밝게 웃는 것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늘이

조금은 필요하다는 걸 안다.


그늘은 어둠이 아니라, 숨의 자리다.


세상이 너무 환할 때,

그 빛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때,


그늘은 나를 잠시 앉게 한다.


그곳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마음의 모양을 천천히 더듬는다.


함께 걷던 사람이 떠난 뒤,
거리는 여전히 같았지만 공기가 달라졌다.


같이 보던 풍경이

더 이상 같은 색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발자국이 사라진 자리에,
내 그림자만이 남았다.


나는 그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았다.


외로움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잃어버렸는지를 천천히 깨닫는 일.


처음엔 그 마음이 무겁고,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게가 내 안의 중심이 되었다.


사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무게는 필요한 법이니까.


햇살만으로는 하루를

채울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안다.


모든 것이 반짝이는 시간에도,

그늘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걸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늘 속에서만

보이는 색이 있다는 걸 안다.


그건 슬픔의 색이 아니라,


진짜의 색이다.


그늘에 앉아 있으면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리고,

자신의 생각이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인다.


그 느린 리듬이 이제는 좋다.


그 속도 안에서 나는
누군가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햇살과 그늘을 오가며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 환하면 눈이 멀고,
너무 어두우면 길을 잃는다.


그래서 우리는 중간 어딘가,
빛과 어둠이 맞닿은 자리에서 살아간다.


나는 오늘도 그늘에 앉아 있다.


햇살이 머무르다 스쳐 지나가는 자리,
바람이 살짝 스며드는 시간 속에서.


그늘이 내 마음을 식히고,
다시 걷게 할 만큼의 여백을 만들어준다.


이제 나는 그늘이 두렵지 않다.


그곳은 내가 나로 돌아오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음 길을 향해 다시 빛을 찾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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