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머들의 성지인 미국 요세미티로 등반 원정 떠나는 첫 번째 발걸음 3
이제 출국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렇게 등반에 올인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등반을 하고 있는 요즘.
출국 전까지 6월의 목표는
다치지 않고, 체력을 계속 키우거나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나의 루틴은 아래와 같다.
설악산 등반(릿지) - 주 1회
실내 암장에서 등반 - 주 2~3회, 1시간 정도
달리기 - 주 2회
요가 - 주 1~2회
4, 5월에 비해 훈련량을 줄였다. 대신에 달리기는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노력했다.
등반 실력도 등반이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귀에 딱지가 내려 앉도록 조언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체중 감량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5월에는 나의 몸무게의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정체기가 지나가는지 6월되니 다시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고, 6월 동안에는 1.5kg 정도를 감량했다.
최종적으로, 나는 3달 동안 5kg을 감량했다.
물론! 더 많이 살을 뺄 수 있었겠지만, 꾸준히 유지할 것도 생각하며 건강하게 빼려고 노력하다 보니 많이 빠지지는 않았다. 성격 상 빠른 체중 감량법은 나와 맞지 않아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친오빠와 함께 볼더링도 다녔는데, 출국을 앞두고서는 볼더링하다가 다칠 위험이 있어 자제했다.
6월에는 설악산으로 등반하러 다녔다.
요세미티 등반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수봉보다 큰 바위에서의 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세미티 등반을 연습할 수 있을만한 곳은 설악산이 제격이지 아닐까 싶다.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요세미티 등반은 체력 싸움이기 때문에, 설악산에서도 이와 못지않은 등반 연습이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코스가 돌잔치 릿지 30봉을 끝까지 등반해 보는 것이었다.
2023년 6월 4일.
아버지와 오빠, 나 셋이서 요세미티 등반 맛보기로 돌잔치 릿지 30봉을 등반을 준비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하루 만에 30봉을 끝까지 등반해 보는 것이 목표였지만,
생각보다 무더운 날씨와 늦게 출발했던 우리는 첫째 날 18봉에서 등반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등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많이 덥고 뜨거운 날씨에 체력이 빠르게 지쳐갔다. 하룻밤 자고 다음 날 등반할까 싶지만 우리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또한, 어려웠던 초반 봉우리들을 등반하면서 힘이 많이 소진되었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걷는 데도 어려움을 겪은 나는 다음주를 기약했다.
그 뒤로 일주일 뒤. 우리는 다시 울산바위로 향했다.
돌잔치 등반을 마무리 짓기 위해 18봉에서부터 등반을 재개했고, 30봉까지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항상 울산바위 전망대까지만 등반을 해보다가 끝까지 돌잔치를 등반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오히려 돌잔치의 매력은 18봉 이후부터가 아니었을까.
이색적이고 오묘하면서 마치 돌로미테가 연상되는 느낌의 구간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정말 매력적이었던 29, 30봉을 마지막으로 무사히 하산까지 완료했다.
4월 훈련을 시작했을 무렵에 비해서는 체력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느꼈다.
돌잔치를 이 정도로 소화해 낼 수 있을 정도면, 요세미티에서 가장 쉬운 코스 정도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함께, 아주 작게나마 자신감이 생겨났다.
설악산에 두 번 정도 방문하니 벌써 출국날이 다가왔다.
출국을 앞두고서는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급선무였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달리기를 꾸준히 했다.
무엇보다 등반하다가 다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출국이 다가오면서
암장 이모 삼촌들이 요세미티 등반 조언뿐만 아니라 내 등반 인생에 관한 조언들도 아낌없이 해주셨다.
암장 이모가 말씀해 주길, '이번 요세미티를 다녀옴으로써 소망이 등반에도 변화가 있을 거야. 이제는 등반 독립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거야'라고 해주셨다. 이 말을 듣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등반을 해오다 보니 '내가 좋아서 보다는 자연스레 등반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내가 등반을 좋아서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산도 좋고 등반도 너무 좋아하지만, 이번 요세미티 등반을 통해 나의 마음가짐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겠구나 싶었다. 이번 등반이 나에겐 또 다른 의미로 더 중요해졌다.
출국 일주일 전부터 나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다시 한번 더 점검하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미국 출국 관련 서류 확인 및 프린트 & 달러 환전
요세미티 CAMP 4 예약
등반 장비 & 개인 짐 & 식량 등 챙기기
컨디션 조절
혹시 빠뜨린 것은 없는지 재차 확인하며 짐을 싸는 데, 나의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출국 날이 다가오는데 무사히 등반을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요세미티로 향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장비를 점검하면서도
요세미티의 바뀐 정보들과 새롭게 추가된 정보들은 내가 미리 숙지를 해두고 현장에서도 막힘 없이 처리를 해야만 했던 터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혹시나 '내가 알아두었던 정보들이 틀리면 어쩌지?', '위급사항이 발생했을 때 나는 잘 대처할 수 있을까?' 하물며, '렌터카를 무사히 잘 수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있어 초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출국일이 되니, 모든 걸 해탈하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잘 놀다 오자!'라는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했더니 조금은 침착해질 수 있었다.
무사 귀환을 바라며,
등반 간식으로 먹으라고 챙겨주신 견과류 빵과 맛있는 고기 잔뜩 사 먹고 오라고 챙겨주신 용돈들!
이모 삼촌들 덕분에 좋은 등반 많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힘내야겠다 다짐했다.
2023년 6월 27일.
드디어 다가온 출국일
체크인을 하기 위해 공항에 일찍 와서 대기하는데,
IFSC 월드컵 출전을 위해 출국하는 클라이밍 국가대표 팀을 만날 수 있었다. 신기한 우연이면서도 반가워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우리도 체크인 시간이 다가와 데스크로 향했다.
그런데, 같이 가는 팀원 삼촌의 캐리어가 유달리 커 보였다.
기내 수화물로 가져가기엔 크기가 너무 커서 삼촌께,
'이 사이즈 기내수화물로 신청하기엔 너무 커 보이는 데 괜찮을까요?'
삼촌은 '이 캐리어 가지고 해외에 많이 가봤어. 괜찮아. 문제없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캐리어 크기가 커서 기내 수화물 반입이 안된다고 하셨다.
캐리어를 위탁 수화물로 보내게 되면 추가 비용으로 15만 원 이상을 결제해야만 했는데,
삼촌이 새로운 캐리어를 사가지고 오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캐리어를 살 수 있는 스토어를 알려주셨고 아버지와 나는 체크인을 마치고 삼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삼촌은 30분이 채 안되어 나타나더니 새로운 캐리어와 함께 등장했다. 원래 캐리어보다는 한층 더 작아진 사이즈였다.
원래 캐리어에 있던 짐을 새로운 캐리어에 빠르게 옮겨 담은 후, 다시 데스크로 가서 OK 사인을 받았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삼촌은 원래 캐리어를 집으로 택배 붙여야 했기에 공항 내에 위치한 택배사로 향했다.
공항에는 많은 인파들로 붐볐고, 출국 4시간 전에 도착한 우리 팀은.. 다행히도 출발 시간 1시간 전에 무사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초반부터 우당탕탕 다소 불안한 시작이었지만
재미있는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면서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올 수 있길 기도해 본다.
To Be Continue...
Welcome to USA & Yosem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