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p - Salathe Wall / Free Blast
요세미티 내 Curry Villiage에 위치한 장비점에서 구매를 했다.
2023. 7. 5
새벽 3시 40분에 기상해서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 4시에 캠핑장을 나섰다.
전 날 엘켑 탐방을 하면서 주차가 가능한 위치도 파악해 놓은 터라, 주차하는 데 수월했다.
무거운 홀백(가방 1개당 족히 40~50kg 정도)을 차례대로 꺼낸 후 빠진 것 없나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아!!'하고 들려오는 WY의 외마디 비명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라고 물어보자 "차키가 트렁크 안에 있어"라고 WY이 대답했다.
그래서 다시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차의 트렁크는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최근에 출시된 차가 아니었기에, 트렁크에 차키를 넣어도 닫혔던 것이었다...
순간,
"아, 망했다.. 이곳까지 차 문 따러 오는 사람을 부를 수 있을까? 있다고 해도 차 문 따는 사람 부르면 비쌀 텐데.."라고 걱정과 함께, 나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핸드폰을 챙긴 터라 보험 서류와 비행기 티켓 등이 내 핸드폰에 다 저장되어 있던 것.. 그래도 일단 등반하는 게 먼저이니, 홀링을 마치고 내려와서 해결하기로 했다.
물론, 나는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라 어프로치 하는 내내 차 문을 여는 방도에 대해서 온갖 고민을 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채로 올라가다 보니 대략 30분 정도 지났는데도 코스가 나타나질 않았다.
분명, 이 정도 오르면 벽 앞에 도착해야 하는데.. 알고 보니 밤이 너무 어두워서 코스를 지나쳤던 것이다.
다시금 코스를 찾고, 벽 앞에 이르렀더니 약 1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홀백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평상시 어프로치보다 배로 걸렸다..)
06:00 주마 시작
사라테 루트에 픽스된 로프는 총 5개였으며,
사전에 계획한 대로 아버지가 첫 주자로 주마를 시작했다.
아버지 - WY - 나 순서대로 주마를 진행했으며, 홀링은 아버지와 WY이 맡았다.
나는 마지막까지 대기하며 홀백을 띄워주고, 후등자로 장비 수거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버지는 쌍주마로 가볍게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새에 첫 피치에 도달했다.
아버지가 첫 피치에 도달하고 홀링 준비를 할 동안, WY도 주마를 시작했다.
홀백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약 40~50kg 정도는 족히 나가는 것 같다.
나는 맬 수조차 없는 무게에, 이 무게의 배낭을 어떻게 홀링하는 지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홀백은 총 2개를 준비했고, 요세미티 내 Curry Villiage에 위치한 장비점에서 구매를 했다.
아버지가 홀링하는 블랙다이아몬드 45L 홀백은 크기가 작으니 무거운 짐들 위주로 넣고,
WY이 홀링하는 메톨리우스 70L 홀백에는 가볍지만 부피를 차지할 만한 침낭, 자켓 등을 많이 넣었다.
한국에서 팀원들끼리 미리 시스템을 맞춰보고 홀링 연습도 해야 했지만,
나는 주마를 1번 연습해 보고(물론, 예전에 주마를 한 경험이 몇 번 있음), 홀링은 한 번도 연습해보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지만!!! 아버지 왈, 그냥 가서 부딪히라고...!!
이것 또한 아버지랑 오랫동안 등반을 다니며, 보고 들은 게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눈칫밥으로 다 알아듣는 편이라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드디어 홀백을 다 띄우고 내 차례가 되었다.
그나마 하프돔에서 힘들게 주마를 했었더니.. 생각보다 수월했다.
쌍주마는 처음 도전해 보았는데, 너무 재미있잖아,,, 생각보다 할만해?
더군다나 처음엔 픽스된 로프를 어떻게 믿어야 하나 걱정되었는데,
생각보다 로프가 튼튼했고 홀링이나 주마하는 데도 잘 견뎌주었다.
다만, 확보지점에 자일이 매우 빡빡하게 고정되어 있어, 다음 자일로 갈아타는 데 많은 힘이 들었다.
하트릿지(Heart Ledge, 9p)까지 5번에 걸쳐 홀링을 했다.
아버지가 제일 먼저 하트릿지에 도달하고, WY과 나는 4번째 확보지점에 도달했을 때,
홀백 두 개 모두 본인이 홀링할 테니 먼저 내려가라던 아버지.
하지만, 혹시나 홀백이 걸릴까 하여 홀백을 띄우고 조금 지켜보았다.
잘 올라가던 홀백 하나가 바위틈에 걸려, 내가 주마를 해서 올라간 다음 다시 홀백을 틈에서 꺼내 띄웠다.
홀백이 아버지가 있는 위치까지 다 홀링될 때쯤, 서서히 WY과 함께 하강을 하기 시작했다.
08:30 홀링 완료 후 하강
픽스된 로프가 상당히 빡빡했던 터라, 하강하는데도 꽤나 애를 먹었다.
하강을 완료하고 지상에 내려오니,
유타에서 넘어왔다는 클라이머 한 명이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피지컬이 굉장히 좋았다).
그도 등반 전 날 미리 홀링 해두고, 우리와 비슷하게 내일 새벽에 등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혼자 9박 10일의 식량을 챙겨 홀백 두 개를 챙겨 왔다. 그는 6일 내 정상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홀백만 봐도 엄청나게 무거운 데다 포타릿지까지 있어 "홀링 힘들겠는데?"라고 묻자,
그는 "음악 들으면서 리듬에 맞춰 줄을 당기면 돼!"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등반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유쾌함과 즐거움이 가득 묻어났다.
무엇보다 팀원 없이 혼자 등반을 계획하고 준비한다는 게 참으로 힘들지만, 꽤나 낭만적이었다.
기분 좋은 대화를 하고 있을 때쯤, 마지막 주자인 아버지까지 하강을 완료했다.
홀링 마치고 내려와서 마주친 유타에서 온 클라이머가 본인도 이러한 경험이 있었던 건지
이럴 때는, 레인저에게 말하면 해결해 준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려오자마자 청소 중인 레인저에게 곧바로 달려가 상황을 설명하니, 전화번호 하나를 내게 건넸다.
전화해서 나의 위치와 차종 등을 설명하고 나니 30분 정도 있다가 경찰차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경찰들은 한 손에 총기를 감싸 쥐고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신분증과 렌터카 예약증을 요구했다.
다행히 내가 핸드폰에 미리 저장해 둔 여권사진과 렌터카 예약증이 있어 보여주었다.
그들은 신원확인을 한 뒤, 우리를 한쪽에 몰아세운 뒤 움직이지 못하게 주의를 주었다.
경찰 한 명은 우리가 수상한 행동을 하는지 감시하고, 다른 경찰관 한 명이 차 문을 따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문을 잘 열렸다!
경찰관이 차 내에 위험한 흉기가 없는지 확인한 뒤에 차량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돈을 지불하려고 하니, 조금 망설이더니 돈은 안 받는다고 했다.
새벽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홀링하는 내내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요세미티 출발 전부터 미국에서 계속 자잘한 사고들(?)이 발생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너무 예민하지 말라고 했지만,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었다.
귀국하는 날까지 마음을 한 시도 놓을 수 없었다..
그래도 무사히 해결된 게 어디야 하며, 차를 타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No Parking 지역과 6:00 - 24:00까지만 주차할 수 있는 구역, Overnight가 가능한 지역이 별도로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다.
캠핑장에 돌아와 씻고 재정비를 했다.
홀링과 주마를 했기 때문에, 하루는 푹 쉰 다음 날 저녁에 등반을 할까 했지만
이 날 저녁에 바로 등반을 시작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 했으나, 등반 걱정에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Curry Villiage에 위치한 뷔페에서 팀원이 맛있는 저녁을 사주셨다.
(그러나 절대! 등반 당일 날이나 전 날 과식하지 말기.. 화장실 가고 싶어 참느라 혼났다..)
든든하게 배불리 만찬을 즐기고, 등반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