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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ug 22. 2022

최선을 다 한다는 것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 노력하는 것

 어제였다. 7월 중순 웨딩 촬영 이후 정말 오랜만에 카메라를 동여매고 웨딩홀로 향했다.

장소도 너무 좋았다. 바로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였다. 즉, 집에서 아주 아주 가까운 거리라는 뜻.

이미 내가 아는 장소이기도 하고, 도어 투 도어간 소요 시간도 정확히 알기에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집 문밖을 향했다.


"대표님, 메인작가님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게 해당 웨딩홀 전속이셔서, 연락처를 알기가 어렵네요"

"음, 그러면 제가 신부님 인사드리고, 메인작가분과 합류하여 잘 찍어 드리고 오겠습니다."

"네네 부탁드립니다"


 촬영 전 해당 계약건을 나에게 의뢰한 대표님과의 짧은 대화 내용이다.

뭐 사실 메인작가의 연락처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홀에서 만날 테니 말이다.


 본 촬영 전에, 신부님께 정중히 축하 인사와 더불어 내가 일을 맡은 업체명을 말씀드리고 먼저 촬영에 돌입했다. 10여분 지났을까? 메인작가로 보이는 분께서 신부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오늘 서브 촬영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보통의 메인작가면, 보조작가를 불러 동선 체크부터, 스타일 등을 서로 상의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맞추는 작업을 하지만, 이분은 그렇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나에게 조언이나 설명해 줄 의지도 없어 보이는 분께 이것저것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오지랖을 부릴 수도 없었다. 


 본식이 시작되었고, 나는 내가 그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동선을 만들며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경로로 만났건 간에, 내가 찍어드리는 그 커플은, 거의 대부분 '평생 한번' 뿐인 결혼식이기 때문에, 한 컷이라도 더 멋지고 예쁘고, 웃는 모습을 담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메인 작가분께서 본식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혼주분들이 앉아계신 자리 옆에 착석하여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나는 올해 2월부터 웨딩 스냅 일을 배웠지만, 그런 작가는 정말 처음 보았다. 앉아서 촬영하는 것이 아닌, 핸드폰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나는 많이 당황했다. 나랑 나이 차이 얼마 나지 않는 대표분들, 혹은 한참 어린 메인 작가분들과도 호흡을 맞췄지만, 촬영 중 앉아서 쉬는 경우는 내가 본 적이 없다. 얼마나 멋진 장면과 멋진 표정을 담기 위해 앉은 채로 '대기'를 하셨던 걸까...? 그분의 결과물이 매우 궁금해졌었던 순간이다.


 나는 그분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식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항상 입는 내 웨딩용 유니폼인 검은 셔츠와 바지가 만나는 부분은 시큼할 정도로 땀에 젖었다. 오히려 하나라도 더 찍어 드려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시간은 그래도 흘러 결혼식이 무탈하게 끝이 났고, 가보겠다는 인사를 정중히 한 뒤돌아서려는데, 신부님께서 식권을 주시며 밥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정중히 마음만 받고 자리를 떴다. 신부님의 따뜻한 말을 듣고, 내 등 뒤에 난 땀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촬영이 종료되었다.


 여기서 언급된 메인작가분을 촬영 결과를 갖고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분의 결과물을 볼 수도 없을뿐더러 해당 예식홀의 전속 작가라는 부분은, 그분의 커리어가 나보다 훨씬 높다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의 '태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고 싶다. 같이 촬영하는 내가 보건대, 그분은 잘은 찍으셨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 하진 않으셨다"


 촬영 결과를 떠나, 나는 그 작가분께서는 한 컷이라도 더 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돈을 받고 일을 해주는 프로라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노력은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웨딩 촬영이든, 아니면 다른 일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리 하여 어제도 나의 선생님이 한 분 더 늘었다. '반면교사' 한 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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