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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31. 2022

내가 불편 충인가?

#1, 유니폼 길빵

 회사에서 퇴근을 할 때, 버스정류장 앞에 가서 3318 버스가 언제 오나 보곤 한다.

만약, 5분 안에 오면 버스를 타고 가고, 그렇지 않으면 지하철을 타러 10여분을 걸어가야만 한다. 

 오늘도 퇴근하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대기시간을 힐끗 보려고 가고 있는데, 교복을 입은 남자 여자 합쳐 4~5명 정도 되는 무리가 버젓이 '길빵'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나는 용기가 없어서 그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런 이야기를 해서 시끄러워져 봤자 나만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 어릴 적을 생각해봤다.

물론, 우리 때에도 애들이 담배를 많이 피기는 했다. 학교에서도 많이 피고 방과 후에는 놀이터에서도 많이 피곤했었다. 그런데,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일은 내 기억에는 많이 없었던 거 같다. 내 기억이 왜곡되어있지 않은 한은 말이다..

 사실, 청소년 때 호기심에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고, 성인이 되어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찌 보면 '기호'식품이라 나 어릴 적에도, 내가 커서도 청소년들이 흡연하는 걸 가지고 나쁘게만 보지는 않았다. '그럴 거면 국가에서 팔 질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마 피면 죽어가는 걸 나라에서 팔까...


 집에 와서 와이프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와이프도 공감을 하더라. 애엄마들 사이에서도 꽤나 그런 경우를 목격하는 게 많다고도 전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왜 교복을 입고 버젓이 흡연을?"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발되지 않았다. 한때 치기 어린 반항? 또래보다 우월함? 등을 뽐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할 텐데, 그래도 "유니폼은 벗고" 흡연을 했으면... 어른들이 보기에 "쟤네 학생들 아니겠지?" 하는 일말의 여지라도 남겨주었으면.. 한다. 학교 유니폼을 입고 버젓이 흡연을 하는 모습을,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고 아주 많이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아무리 글을 써 봤자 그러한 행동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고, 아마 그들도 5년 10년 15년이 흐르면, 그때서야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2, 서로의 귀한 공간, 지켜 줍시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대중교통'이다. 즉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교통수단인 것이다. 

태그를 통해서도 단번에 유추할 수 있듯,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공간을 점유하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이다. 


 저번 주 토요일, 웨딩알바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다. 요새 내가 신이 들렸는지, 보통 느낌이 싸하다 싶으면 더 잘 맞는 거 같다. 으이구 이놈의 육감이란... 

 

 캐리어를 끌고, 검은 선글라스에, 올림머리를 한 50대 중년의 어느 아주머니가 나보다 앞에 계셨다. 4-1, 노약자 칸 앞에 계셨다. '아직 노약자 앉으실 나이는 아니신 거 같은데...' 이미 저분에 대한 싸함을 감지하고, 내 눈이 추적을 시작했다. 

 그분께서는 승객이 다 내리 기도 전에 캐리어로 중간을 뚫고 들어가셔서 노약자 칸에 무사히 착석하셨다. 그런데.. 자신의 캐리어를 옆에 보관하는 게 아니라 다리 가운데에 딱 두고 계셔서, 3명이 앉을 수 있는 노약자석에 혼자 2인분을 차지하고는, 주변 어르신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목적지를 향하고 계셨다. 보통은 거기서 맨 옆에 앉으면 자리 옆에 캐리어를 두고 손으로 잡아 고정을 해 두거나, 아니면 가운데에 위치해 놓더라도 다리는 오므려서 사람 앉을자리는 만들어 두거나 할 텐데... 다 큰 어른이 참 예의가 없어 보였다.


 이 경우는 저번 주 내가 본 경험으로 언급한 사례이고, 아침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꼭 한두건 이상은 만나는 사례인 거 같다. 내가 불편한 것은, 대중교통 좌석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처지에, 자신의 '범위'를 넘어서 남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이러한 행동을 하고도, 전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라하는 듯한 태도가 불편하다. 다 같은 돈을 내고 탄 승객인데, 왜 누구는 두 칸을 점유하고, 누구는 그로 인해 앉아가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가...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다" 

나는 이 말이 가장 공정하다고 믿는다. 내가 힘든데, 어린아이라고, 어른이라고, 동년배라고 안 힘들겠는가.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할.. 필요까지는 나는 솔직히 없다고 생각한다. 그거는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여, 남의 귀한 공간을 뺏는 것은 정말 보는 내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옆에서 눈치를 주기 전에, 스스로 다리도 오므려 앉고, 어깨도 너무 뒤로 기대지 않아 조금씩 서로의 공간을 배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희망해본다.

주차 금지라는데... 버젓이 주차를... 집 주인이 그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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