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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13. 2022

점점 닳아가고 있어

 요새 우리 와이프는 집 앞에 헬스장에서 PT를 받는다. 요새 용어로... "헬린이" 랄까?

나간 지 2주 조금 안 된 거 같은데 이번에 단단히 몸무게를 빼겠다며 열심히다. 

 헬스장에서 런지 한 이야기, 윗몸일으키기 한 이야기 등을 내며 나 보고도 헬스 많이 하라고 '전도'중이시다.


 오늘 오후에 와이프가 자기 전에 누워서 많이 아프다더라.

"여보, 집에 파스 있어?"

"어디 아파?"

"어... 아까 런지를 좀했는데, 자세가 잘못된 건지 힘이 없는 건지 왼쪽 발목이랑 허벅지가 엄청 아프네.."


집에서 놀고 있던 맨소래담을 찾아서 앞에 하얗게 고체상태가 된 약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치우고, 한 바닥 펴서 아프다고 한 왼쪽 허벅지와 발목에 잘 발라주었다.


"우와, 진짜 시원해"

"이게 직빵이야."

"그나저나 헬스가 이렇게 위험한지 몰랐네. 런지 자세 몇 번 했다고 왼쪽 발목이랑 허벅지가 이렇게 아프나.."

"이제는 몸이 좋아질 수 있는 게 없어, 점점 닮아가기만 할 뿐"


 나이가 들어가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기만 할 것 같아 조금 슬퍼졌다.

나도 올해 여름에, 극심한 어깨 부위 인대염을 앓았다. 잘 수도 없을 만큼 어찌나 쑤셔대는지, 크게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웃긴 건 아령 8kg짜리 왼쪽 오른쪽 15개씩 3세트를 한 이후 어깨가 아팠던 기억이 생생하다. 즉, 나이가 어렸으면 아프지 않았을 운동이지만 점차 몸이 굳어가고 경직되면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그냥 바로 탈이 나는 거 같아 슬펐다.


 그뿐만 이겠는가, 이미 십자인대가 나가 수술을 한 오른쪽 무릎과, 인대 나간지도 모르고 계속 농구하다가 얻은 왼쪽 후방 십자인대 부분 파열까지. 점점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농구해도 된다. 강한 텐션의 운동들, 해도 된다. 그렇지만 예전에 해당 부위 수술로 병원신세를 질 때 가족들이 너무 걱정하고 병간호 등으로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에라도 이제는 별로 하고픈 마음이 없다. 


 기초 대사량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지니, 자연스레 대사량은 줄어들게 되어있다.

대사량이 줄어 몸무게가 증가하면, 그에 수반하는 성인병들이 쉽게 올 수가 있기 때문에, 근래에는 한 끼만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어릴 적엔 두 끼 다 먹고도 운동 몇 번 해주면 몸무게가 관리되었는데, 지금은 한 끼 먹고도 운동을 안 하면 몸무게가 그대로 체중계에 표시되는 나이가 된 게 슬프다.


 점점 내 몸의 일부들이 닳아가며 내구성이 떨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가는 거 같아 슬프지만, 

요새는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언제까지 혈기왕성하게 뛰어다니던 옛날만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근력 운동을 하기 전엔 몸도 많이 풀어준 뒤 하고 있으며 농구 같은 격렬한 운동은 아예 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도 이제는 '하지 못하게 될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 같아 그게 아쉬울 뿐이다.

그 당시 금지옥엽 다루던 LP판들도, 이제는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LP들이 태반일 것이다. 그럼에도, 받아들이며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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