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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27. 2022

결정장애

A or B?

 #1, 태블릿,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번 주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Item, 바로 태블릿이다. 


 원래는 '언젠가는' 아이패드를 써보고 싶었다. 

 나는 현재 갤럭시를 쓰고 있는데, 삼성 페이며 통화 녹음이며 하는 편의 기능들에 대해서는 너무 만족하며 쓰고 있다. 더불어서 모바일 사원증이라는 앱을 폰에 등록해두고 사용하기에, 언제부턴가 내 '지갑'은 집에 고이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갤럭시를 쓰다 보면, 가격 방어가 안 되는 치명적 단점과 더불어, 앱이 구동되거나 실행될 때 버벅거리는 게 너무나도 싫다. 한 가지 예로, 갤럭시는 옆에 전원 버튼을 두 번 빠르게 클릭하면 카메라 앱이 켜지는 쇼트커트를 제공하는데, 두 번 눌러 카메라 앱이 작동할 때 버벅거리는 게 정말 너무 싫다. 나도 개발하는 입장에서 해당 기능의 개발자를 욕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OS의 한계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슈일 수는 있는데, 내 입장에서는 초기 구동이 다소 느리더라도, 절대 앱의 화면이 버벅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나의 갤럭시 S21 휴대폰은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구매 한 지 1년도 안된 건데...)


 사실 갤럭시를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매우 잘 쓰고 있지만, 메인 폰이 아닌 태블릿 같이 콘텐츠 소비용 기기에 대해서는 아이패드를 써보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 

 요새는 가격비교도 네이버보다 유튜브가 훨씬 최신의 정보를 반영하여 자료가 올라와 있는 걸 보면서, 텍스트의 시대가 저물고, 동영상의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다.


 결국, 가격비교를 보고, 아이패드 구매 의사를 접었다. 이것저것 옵션 들어가고 하다 보면 가성비는 갤럭시탭이 더 좋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굳은 마음을 먹고 60만 원 초반에 구매하기로 한 갤탭 S8, 굉장히 저렴하다고 여겨진 금액임에도, 과연 지금 시점에 나에게 필요할까?라는 스스로의 반문에 답을 하지 못하여 구매를 취소하였다. 

 하지만, 취소하고 그다음 날, 여전히 미련이 남았는지, "너는 갤탭을 가지고, 순서도도 그리면서 업무에 사용할 수도 있고, 전자책도 소비하면서 더 지적인 남자가 되는 거야, 다포 함해서 단돈 70만 원에!"라는 스스로의 결심을 바탕으로, 본체+정품 북커버+보호필름까지 모두 구매를 했고, 와이프를 포함한 동료들에게도 구매 사실을 알리는 등, 설레는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결론은 새드엔딩. 두 번째 구매하기로 하고 설렜던 것도 잠시, 예전에 태블릿을 써보며, 결국 한두 달 안에 이리저리 방치되며 손이 안 가고, 결국 당근행 특급열차에 몸을 맡기던 예전 친구들이 생각났다.

 지금도 긴가민가하다. 태블릿을 분명 사고는 싶은데, 사도 한 두 달이면 약발이 모두 떨어져 새로 들인 녀석도 방출을 하게 될 것 같아, 결국 이렇게 사흘 동안의 태블릿 구매에 대한 해프닝은 끝이 나고야 말았다.


#2, 이렇게까지 메인작가가 되어야 하나?

 "안녕하세요, 작가님. 보내주신 포트폴리오 검토 후, 사진의 느낌이 기교 없이 깔끔한 부분이 저희와 잘 맞을 거 같아 이렇게 메시지 드립니다"

 

 요새 SLR클럽에서 구인 구직란을 보는 횟수가 많이 늘었다. 

 하나는 주말에 소일거리 없나 찾는 용도, 

나는 올해 상/하반기 서브 스냅을 뛰면서 나름의 운영방침을 세운 바 있다. "소속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는, '주 업체'라는 이유로 미리 일을 다 받아놓을 경우, 거리적으로 혹은 금전적으로 유리한 타 업체 구인공고가 뜰 때, 내가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었다. 성수기에는 구직자가 갑이다. 일이 몰리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돈을 올려서라도 잘 찍는 사람을 데려가기 마련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비수기에는 일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그런 점을 감수하더라도 이제는, 촬영 조건이 안 좋은 일에 대해서는 '거르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포트폴리오는 이미 완성단계이고, 비수기에만 진짜 '일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것일 뿐, 성수기에는 나의 가치가 증명되었다고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바로 '메인 스냅 작가' 입문이다.

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구인공고에는 대부분 '40살 이하' 조건이 많이 달려있어서, 그래도 지금처럼 장비가 세팅이 완료된 이 시점에서, 향후 2년 이상은 일을 해 나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런 거 일수도 있고, 

이왕 이렇게 상업 사진계에 입문을 하였는데, 한 스탭 더 나아가서 웨딩 스냅 분야에서 '정점'을 찍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 것 같다. 

"너 나 웨딩 사진 좀 찍어줘라"

"나 메인을 못해"

"그래? 너 사진 찍는다며"

"아... 그게 연출이 어쩌고,, 원판이 어쩌고... 주저리주저리"

위와 같이 지인에게 '추가 설명'하는 것도 싫은 이유기도 한 거 같다.


 그래서 이런 이유들로, 우연히 메인작가 양성 구인 공고가 올라와 별생각 없이 메일을 보냈는데, 맨 처음 문장처럼 '부 대표'라는 사람이 카톡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자신의 업체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교육 플랜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준 뒤에, 나에게, '타업체'로부터 스케줄을 받지 말라는 제안 반 조건 반을 내밀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그 한마디가 왜 이렇게 사람을 심란하게 하는지... 

 사실 업체 입장에서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그쪽에서도 나에게 투자하는 건데, 교육만 받고 다른 업체로 가는 경우가 많긴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업체의 사정인 거고... 나는 기본적으로 주 5일 Regular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토요일 하루, '내가 골라서' 나에게 유리한 스케줄을 골라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는데, 그 부분이 막힌다고 생각하니, 결국 '주 6일 Regular'와 비슷해진 느낌이랄까...? 살짝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한 대로 메인작가가 되고 싶다는 진지한 생각과 더불어, '굳이 뭐하러..?'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내 내면에서 꽤나 큰 보이스 중 한 부분이다. 어차피 지금 받는 서브 스냅 페이도 나름 만족하고 있으며, 본식에서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지금은 자유로우니, 그저 편하게 셔터질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스냅을 처음 배울 때처럼, 또다시 고통스러운 트레이닝을 받고, 그걸 삭히며 이겨 내야만 하는 과정이 눈앞에 있는 것이 뻔히 보이다 보니,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일단 #2에서의 결론은, '부 대표'와 해당 업체 '대표'를 만나볼 것이다.

스냅 알바처럼 일해온 지금까지는, 촬영 전 누군가를 만나는 거 자체가 없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해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업체의 노력을 존중하는 바이고, 나 또한 그 당사자들을 한번 만나볼 수 있으면 만나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한번 만나는 보자. 그리고 해보고 정... 힘들면 관두지 뭐"

다행히 웨딩 스냅 일은 나의 메인 잡이 아니다. 매인 몸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결심도 쉽다. 해보기로 한 것이다.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쫄보'가 되어 가는 거 같다.

그깟 70만 원짜리 태블릿 사는 것도 주저주저하고 있고, 잘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메인작가 양성과정에도 이처럼 주저하다니... 세상에 공짜가 없듯,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내어 주어야만 하는 만물의 이치를 깨달은 뒤로는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별거'아닌 것들이지만 스스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느껴지던 주말이었다.


결국.. 파랑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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