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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22. 2022

생일 축하해!

오래 살아라. 우리 이브

"오래오래 살아라"


 내가 우리 집 고양이 '이브'에게 거의 습관성으로 하는 말이다. 오래오래 살아라. 

2일 후면, 이브가 우리 집에 온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아참, 왜 고양이 이름이 이브냐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와서 이브로 지었다. 게다가 삼색 어여쁜 여자 야옹이 기도 해서 이름 짓게 되었다.


 사실 이브는 우리 집과 인연이 없을뻔했다. 3년 전, 우리 가족은 "로라"라는 삼색 야옹이를 집에 들였던 적이 있다. 이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는, 안타깝게도 우리 로라는 고양이별로 갔기 때문이다. 


 로라는 두 번, 우리 집을 '탈출'했었다. 한 번은 어느 추운 겨울날, 내가 집 앞에 어디 다녀온다고 집 문을 잠깐 열고, 뭐 좀 바깥에서 하다가 문을 닫고 갔었는데... 사실은 그때 로라가 '문 밖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었다. 30분 정도 되었을까? 내가 볼일 마치고 집으로 와서 로라를 찾았는데, 집안에 없어서 정말 식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와서 아파트 1층 구석구석을 찾다가, 로라를 발견해서 데려왔던 기억이 난다. 정말 아찔했었다. 

집에 있지..ㅠㅠ 뭐하러 나가갖고... 로라 너무 보고싶다.



 안타깝게도, 로라는 그 이후 한 번 더 집을 나갔다. 이번에는 와이프가 아파트 1층 구석, 같은 자리에서 발견했지만 로라는 엄마를 보자마자 피를 토하며 죽었다고 한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다. 특히 나한테 잘해주던 천사냐옹이었는데... 우리 부주의로 그렇게 고양이별로 갔을 로라를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우리 천사냥이 로라, 고양이별에서 잘 살고 있지?


"여보, 고양이카페에 로라랑 닮은 애가 입양공고가 올라왔네?"


 다시는 동물을 입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고양이가 주는 그 기쁨이 참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았었다고 느낀 건, 아이러니하게도 로라를 잃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와이프는 로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입양에 비관적이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성묘인 '이브'가 입양이 잘 안 된다는 임보자의 말에 흔들려, 우리 집으로 데려오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 집으로 오게 된 이브. 크리스마스이브날 오게 되어 이브로 짓게 되었다.

하루인가..이틀인가.. 숨어서 안나오다가 드디어 나오기 시작했던 이브. 지금이 더 통통하고 보기좋다.


 "무릎 냥이라더니... 임보자가 사기를..."


 사실 무릎냥이라고 임보자가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이브는 로라랑 달랐다. 세상 순둥순둥하던 로라랑은 좀 다른 야생 고양이의 기질이 많이 아직도 남아있다. 무릎에는 올라올 줄 모른다. 자기 주관이 더 뚜렷해서, 싫은 건 싫다고 강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고양이다. 


 그리고 나에게 잘 오던 로라랑 다르게, 이브는 엄마를 자신의 보호자로 낙점한 모양이다. 엄마한테는 "꾹꾹이"도 잘만 해주는데, 나한테는 잘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브가 우리 집에 "있어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나는 늘, 아직도 이브만 보면 오래 살아라라는 말을 달고 산다. 

더 이상의 아픈 이별이 없게, 행복하게 우리 집에서 편히 살다가 명을 다하면 좋겠다. 먼저 간 로라언니 따라가지 말고, 우리 가족과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 

 사실 로라가 더 많이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나에게 가장 잘해줬던 고양이가 로라였으니까... 그럼에도, 이브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된 지 벌써 1년이 다된 것이다. 그 시간을 별 탈없이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줘서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함께 해줘서 고맙다 이브. 언제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거라!"

성질 부려도되. 오래오래만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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