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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r 07. 2023

아직도 그대로니...?

2008년 VS 2023년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직업군인들이 군을 떠난 이유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약 30여분의 짧지 않았던 영상이지만 한때 나 또한 장기복무를 통해 군에 나의 젊음을 바치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감정이입'이 되어 영상을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결국, 요약하면 '민간'기업에 비해, 군인의 처우가 너무나도 열악하다는 내용이었꼬, 짧게나마 2년 4개월간 군 간부로써 녹을 먹었던 필자로서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도, 처우는 좋지 않았고, 지금은 그보다 더 안 좋다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소위 내 군생활, '라떼'도 당직근무는 존재했다. 그래도 지금은 군에서 당직근무를 서면 평일 만원, 주말 2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니, 15년이 지난 지금은 그나마 나아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었지만, 초급 간부는 밤새 근무 후 그다음 날 퇴근을 할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몰려 있는 보틀넥이므로 쉬이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밤새지 말고 근무하고, 그다음 날도 철인처럼 일을 하던 악몽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하면 경악할 일임에도, 아직도 단돈 만원 2만 원을 손에 쥐어주고 사람을 아직도 부린다니...(평일은 만원) 2023년, 치킨 하나만 배달해도 5,000원을 지불하는 시대에 당직근무 수당이 지나치게 처우가 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뿐만일까? '라떼'에는 영외 급식비 포함, 실수령액 160만 원 정도를 손에 쥘 수가 있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금액이지만, 그 당시 최저임금이 4,000원이 안되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160만 원과 비할바는 못된다고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2008년 내가 받던 160만 원 대비, 2023년 초급간부들의 실수령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무려 15년이나 지났고,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지난 2년간 물가상승률 및 인건비 증가가 가장 가팔랐던 것을 감안해도, 늘 비상연락대기 하느라 온 신경이 핸드폰에 가 있는 초급 간부들이 근무 시간에 비례하여 너무 낮은 봉급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된다.


 약간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간부로 가면 군생활이 편하지 않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의 경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부분은, '몸'을 쓰는 일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되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같이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을 군만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내가 근무하던 때보다 더욱더 지금은 '몸'을 써야만 할 것이라 생각한다. 

 틀린 부분은,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는 점. 정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호출하고 이를 대답하고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업무 밸런싱이 안되어 정말 아침 새벽에 출근하여 자정이 되어 퇴근하는 일이 일상 다반사였다. 

 물론 그때도 초과근무 수당은 지금과 같이 하루 '4'시간까지 밖에 올리지 못해 '불공정' 하다고 생각한 바가 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초과 근무 수당을 하루 '4'시간까지만 인정 안 해 준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놀랍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병사들의 복무기간은 점점 줄어들지만, 초급간부들의 의무복무 기간은 그대로이다. 

더불어 초급간부와 용사들 사이의 급여의 차이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군 내에서 초급간부들의 사기가 좋을 리 없다. 리더의 기분이 안 좋은데, 팔로워들 또한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2023년 기준으로 필자 보고도 군대를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병사"로 군대를 가서 1년 6개월만 근무하고 나오겠다 이야기할 수 있겠다. 물론 진실되게 업무를 대하는 자세등을 비롯한 현재 나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그 당시 군에서 초급간부로서 배운 소중한 나의 자산이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하고라도 현재의 짧은 복무기간과 점차 상승하는 병사 월급은 꽤나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간부로 의무복무를 마치는 문제의 경우는 완전한 '누칼협'이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자가 본인들의 사정에 맞춰 군복무를 위한 몇 가지 카드들 중 가장 유리한 카드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초급 간부들의 처우를 개선을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간부들의 낮은 처우와 비교군으로 부각된 병사월급 현실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일한 만큼 받아야 하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가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병사들의 처우도 개선하는 것이 맞고, 초급 간부들의 처우 또한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마치며, 내가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개인적 안타까움 때문이다. 

짧게나마 초급간부로 근무해 본 나의 견해로는 병사로 입대하는 자원보다 간부로서 의무 복무를 시작한 친구들의 경우가 조금이나마 '군'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직의 충성스러운 신입사원들이 처우가 좋지 않아 하나둘씩 이탈하고, 초급 간부로서의 첫출발인 생도나 후보생을 자원하지 않다 보면, 결국 군 조직의 경쟁력이 좋아질 수가 없다. 군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이를 반길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토록 일이 많고 어깨에 주어진 책임이 무한한 초급간부들에게, 아직도 사실상의 "아르바이트" 처우를 이어가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기회에 초급간부들의 처우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상되었으므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챙겨주며, 나라를 위해 고생하는 병사들 뿐만 아니라, '초급 간부'들도 처우 걱정 않고 나라 지키는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언론에 나왔던 인터뷰 처럼, 물이 새는 방은 아니었다. 벌레는 많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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