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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r 13. 2023

생산직이 '킹산직'이 되다니

원래는 킹무원이었는데... 킹무룩이 되었다는

괜히 ‘킹산직’이 아니네···현대차 생산직 모집에 ‘18만 지원설’ - 매일경제 (mk.co.kr)


 요새는 글자 앞에 '갓'을 붙이기보단 '킹'을 붙이는 게 유행인 거 같다.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갓무원'이라는 말이 익숙했는데, 이제는 '킹무원'이라는 말이 더 입에 착착 붙으니 말이다.


 근래 핫했던 뉴스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현대자동차에서 대규모 채용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바라던, 양복 입고 오피스에 출근하여 '고상한'일을 하는 사무직이 아니라, 파란 공장 유니폼을 입고, 생산라인에 위치하여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생산직'을 아주 오랜만에 뽑았다는 뉴스였다.

 이러한 대규모 생산직 채용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원서를 넣느라, 현대자동차의 채용 사이트 서버가 뻗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 꽤나 좋은 조건의 채용 공고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이도 얼마 먹지 않은(?) 필자가, 정말 격세지감을 요새 자주 느끼곤 한다.

내가 어렸을 당시,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KBS에서는 최수종, 배용준 주연의 '첫사랑'이라는 드라마가 정말 유행했었다. 당시에는 IMF 외환위기가 오기 전, 그러니까 단군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시대로 기억하고 있다. 티브이를 틀어도, 뉴스에서는 OECD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국제단체에 가입했다며, 우리도 드디어 '킹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며 자화자찬하던 그때 뉴스, 사회분위기가 생생하다.


 그 당시 첫사랑이라는 드라마에서 최수종 씨가 화가지망생으로 나왔었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미술공부할 돈이 없자 '공무원'을 하기 위해 공부하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주변에서는 최수종 씨에게 공무원 그 돈도 못 버는 거 뭐 하려 하냐고, 대기업 갈 생각을 해야지 라며 뜯어말리던 그 장면도 내 머릿속에 그대로 박제되어 있는 듯하다. 내 나이가 그 당시 11살이었지만, 사회분위기는 분명 활력이 있었고, 그 당시 내 또래 친구들의 꿈 중에 '공무원'이 되겠다는 친구는 본 적이 없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게 되며 그간 경제/사회 분야의 롤모델로 삼아온, 일본의 평생고용에 대한 비효율성 만을 들춰내며, 우리나라는 IMF로부터 채무를 지는 대신 서양의 자본가들의 입맛에 맞게 경제 및 사회 구조에 커다란 매스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한 결과로 이제 더 이상 회사는 직원을 가족처럼, 평생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불신이 온 사회에 퍼져 버리게 된 것이었다. 각자도생의 시작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비록 돈은 적게 주지만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공무원/교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민원인 상대로 인해 비인기 직급이던 9급 공무원도 사회의 안전성 붕괴로 인해 덩달아 가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그때부터 초등학생의 꿈이 '공무원'인 나라가 되어 버렸을까. 아마 최수종 씨는 그때 화가 말고 공무원이 실제로 극 중에 되셨었더라면, 가연등 결정소 등급이 분명 올라가셨을 운명이셨을 텐데... 세월이 흘러 그런 생각을 가지곤 했었다.


 게다가, 비록 월급은 적지만, 국가의 세금을 펀딩 하여 국책사업등을 지휘하는 소위 아쉬울 게 없는 '갑'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공무원의 인기는 더더욱 떡상하였다. 이미 명문대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도, 3년여를 준비하며 노량진 컵밥을 먹고 7급 공무원에 합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이토록 취업준비생에게 언제나 Top Tier를 유지할 거 같았던 '킹무원'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직업이기는 하나, 요새는 한풀 꺾인 모양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세대가 바뀌어 가면서, 점차 공동체 개념도 사라지고 그저 '남에게 피해만 안 입히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MZ세대들이 취업시장에 약진하면서, 수직적이고 융통성 없는 조직문화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촉발된 인플레이션 대비 공무원의 보수는 그만큼 오르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것 같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현대차 '킹산직' 기사를 보다 보면, 다른 직업도 아니고, 안정성 Top Tier인 공직사회에서 그렇게 많이 지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기사를 오도하여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젊은 세대들의 공직사회에서의 피로도를 생각해 보면, 일리가 없지는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직이 되면 대면보다는 오히려 '비대면'으로 자기 라인에 온 부품 등을 조립하며 단순 반복적 일을 수행한다고 한다. 최근 '비대면' 선호현상이 증대되고 있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 상, 오히려 매력적인 근무 여건 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평균연봉이 1억에 육박하고, 아울러 정년까지 보장된다니... 아무리 울산등 지방에서 근무한다지만 좋은 일자리에는 근무지가 수도권이 아닌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었나 보다 싶다.

 예전 어른들이 이야기하던 '공부 못하면 공장 취업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들도 이제는 '킹산직'에 과감히 지원하니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공무원이 '킹무원'이 되는 시기가 도래한다면, 그것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매우 불안한 시기일 가능성이 크다. 비록 공직사회가 답답하긴 하지만, 직장에서 잘리진 않으니 말이다.(물론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하지만, 배달일만 해도 이미 공무원 월급에 두 배를 더 벌 수 있는 요즘 경제 구조 하에선, 아무리 대 해고의 시기가 와도, 예전 공무원의 인기를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젠 바야흐로, 비대면+높은 연봉+고용안정성 3박자를 두루 갖춘 일자리가 각광을 받게 되어 가는 것 같다.

혹시.. 내가 하는 IT..? 도 킹산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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