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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r 13. 2023

역마살

"뭐 하러 다른 데를 가 그냥 있으면 되는 거지"

 아마도, 내가 속해있는 현재 회사, 그리고 더 나아가 현재 부서에서 내 발로 나오겠다고 하면, 주변 아는 분들의 대부분의 반응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입사한 이후, '부서 이름'이 바뀔지언정 내가 하는 일, 내가 모시는 고객의 대 범주가 바뀌어 본 적은 없다. 어떻게 보면 '고인 물'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고인 물이라고 부를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내 방어 논리도 나름 만들어 두었었다.

바로 '같은 역할을 2년 이상 하지 않는 것'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 스스로도 그렇게 흘러가 개인의 경쟁력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했던 모양이었고, 내 커리어는 비록 조직은 한 곳에 머물지언정, 다양한 도메인의 서비스와 역할을 거치며 다채로운 경험을 해왔고, 나는 아직도 성장 중이라고 여기고 있다.



 또다시 나의 '역마살'이 도나보다.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나의 역할이, 사실 재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물론 회사를 재미로 다니지는 않지만, 뭐랄까 지금 드는 생각은 내게 주어진 '환경'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감싸고 있는 내/외부 요건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내가 모셔야 할 고객들도 Reasonable 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크게 모나지 않았고, 억울하거나 한숨 쉴만한 내용도 술 한잔에 터놓을 형들도 있다. 아마 이런 곳을 앞으로 찾기는 어려울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가 끝나면, 이 역할을 꼭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되뇌고 있다.

직접 개발을 하며 다양한 이슈를 부딪치며 성장을 하든, 다른 환경으로의 Deep Dive를 하든 말이다.


 약 12년의 회사생활을 해오고 있지만, 역마살이 와서 다른 곳으로 나의 눈을 돌리는 타이밍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내가 인정받고 있다"라고 스스로 느끼는 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말이 조직에서 먹히기 시작할 때가, 나에게는 가장 '자만' 할 수 있고 요령을 부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다. 


 어찌 되었든, 내가 가진 최선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에게 자극을 줘야 할 시기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매번 같은 업무 말고, 다른 자극을 통해 스스로의 나태함을 반성해 보고, 더욱더 성장하는 나 스스로를 꿈꾸며 말이다. 


 물론, 어떠한 논리로 인해, 이 역마살을 그냥 관성처럼 여기며 넘어갈 수도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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