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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pr 24. 2023

메타인지 아닌지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자기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시험을 잘 쳤는지’, ‘어릴 때의 이 기억이 정확한지’, ‘이 언어를 배우기가 내게 어려울지’ 등의 질문에 답할 때에도 사용되며, 자신의 정신 상태, 곧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정상인지를 결정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암기력과 무관하게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데에 상당한 장애가 생기게 된다. 상위인지, 초인지라고도 한다. -나무위키 中 일부 발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하나요?"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입사한 이래로 지금까지 안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막내 때부터 자연스레 수행해 온 허드렛일부터, 방화벽 담당자, 보안담당자등, 곁다리 업무들과 Core 업무까지, 그저 '일'이라면 크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즐겁게 임해온 것 같다. 그게 누군가로부터 '잡일'이라는 소리를 듣는 데도 말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 그리고 입사 후 1년 여가 지났던 사원 시절, 나는 IT개발자라고 불리기 무색할 정도로, '콜센터'에 취업한 것처럼 하루종일 전화만 받던 시절이 있었다. 1대 다수를 상대하는 업이다 보니, 결국 민원인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와 항의 섞인 원망을 받아줘야 하는 '감정 노동'의 순간들이었다. 

 한 가지 신기한 건, 그 일을 하는 '나'는 개발할 때보다 더 좋았었는데, 다른 동료들의 눈에는 내가 엄청 고생만 하는 줄 알았나 보다. 


 나는 나 스스로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임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업무 의뢰를 받아 그것을 잘 수행해서, 의뢰인들의 '시간'과 '노력'을 절감해 줌으로써, 나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넓게 봐서는 위에 언급한 잡일등과 같은 일 또한 내가 잘 처리함으로써, 또 다른 동료들의 코어타임을 확보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선뜻 그러한 일을 맡고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마인드 셋이야말로, 내가 그간 살아오면서 느낀 나의 '원툴링'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분명히 대비되는 훌륭한 자세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팀에서, 나는 내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일을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 만족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며 살아가는 지금이 저는 좋습니다."


"업무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나는 개발에 큰 소질은 없는 거 같다. 무려 12년이 다되어가는 IT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봤을 때, 개발 퍼포먼스가 뛰어난 개발자는 분명 아닌 거 같다. 그 점이 일 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향 자체가 '제너럴리스트', 즉 어느 한 군데 모난 부분이 없는 업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잡일을 시켜도 평균이상, 분석설계를 시켜도 평균이상, 개발을 시켜도 평균이상... 은 아니고 평균? 정도 하는 거 같다. 


 평상시 업무가 덜 바쁠 때에는, 우리 팀의 개발자 포지션의 있는 동료들에게 소위말해 '업무 포워딩'을 하면 끝날 업무들이겠지만,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업무가 쏟아질 때, 나에게 주어진 개발과업을 하던 일과 병행하며 시간을 쪼개 완수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현타가 올 때가 많다. 


 오늘도, 화면에서 css를 변경하여 스타일을 바꾸어 줘야 하는데, 속성값에 따른 영향도 파악이 안 되어 많은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다. 물론, 이럴 때 나는 '죄송합니다'를 외치고,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편이다. 그러면 고맙게도 대부분 먼저 내 일을 도와주곤 하신다. 참 죄송스러운 일이다.


 이제 내 나이 마흔도 안되었는데,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IT Trend에 발맞춰 따라갈 수나 있을지, 그게 요새 드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 어려움의 근본은, 내가 IT를 대하는 태도가 '밥벌이' 로만 대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렵죠, 업인데도 개발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거 같아서요. 그게 가장 어렵습니다."


"일은 좋아한다. 그렇지만 일을 어려워한다"


 이게 내가 일에 대해 내린 '오늘의 결론'인 것 같다. 특별히 오늘의 결론이라고 쓴 이유는, 사람일이 알 수가 없기에, 그나마 지금은 좋아하던 '일'도 어느 순간에 싫어질 수도 있고, 하는 일이 완전히 바뀌어 일이 어렵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맡고 있는 동안, 내 일은 언제나 사랑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가식이 아닌, 스스로가 '이만큼 했으면 되었다'라는 칭찬을 할 때까지. 내 일을 해내고 싶다. 


 그렇게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삶을, 오래오래 영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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