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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y 11. 2023

숨좀 쉬자.

"모두모두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내가 속해있는 팀의 주요 Mission인 지도 기반 데이터 요약 신규 페이지를 우여곡절 끝에 겨우 오픈할 수가 있었다.

 누군가 이 신규 페이지를 본다면 "그저, 그냥 간단한 월드맵 좌표에 숫자 데이터 뿌린 거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 데이터 하나하나의 의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의견들이 수렴된 숫자라고 이야기를 할 수가 있겠다. 

 

 이번 신규 페이지 구현은, 시작부터 간단하지 않았다. 예전에 기고했듯, 필요하다면 용기 낼 줄 알아야 한다. (brunch.co.kr) 이전에 일하던 분들과 합을 맞춘 게 아닌, 새로운 분들과 일을 함께 하다 보니, Miss Communication들이 속출했다. 내 생각엔 정말 '누가 봐도' 알아들을 법한 데이터로 상세히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반대로, 상대방에서도 내가 알아들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여 넘겼다가 내가 이해하지 못해 오류를 범한 일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나 할거 없이 서로가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 나갔고 그러한 노력 때문일까? 예정 론칭 일자보다 워킹데이를 무려 '12'일이나 단축하여 오픈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간 합을 맞춘 동료들에게도 너무나도 고맙고,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가면 갈수록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기술적으로나, 아니면 다른 정성적인 분야들에 있어 더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없는 거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나에게 많은 디시전이 몰려오거나, 업무 트리거링이 계속되고, 거기다 내가 개발해야 할 것들도 점차 많아지는 느낌이라 요새는 '숨이 찬다'는 표현을 스스로에게 하곤 한다. 


 점점 나에게 무거운 Payload가 실려 계속해서 메신저를 통해 나를 찾는 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숨이 가팔라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 등, 내 몸이 망가지는 느낌이 든다. 심리 상담을 다시 받아봐야 하려나...


 결국, 이번 업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 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남들에게 비치는 타인과 결이 다른 업무 태도나 자세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이 '나를 힘들게 옥죄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무한루프에 빠뜨린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이런 힘듦을 그래도 감수할 수 있는 건, 많은 사람들과 협동하여 이룬 작은 성과, 그중에서도 나를 치켜세우며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많은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담배를 피워본 적도 없지만, '식후땡' 한 느낌이라고 말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다. 

 힘들걸 알지만, 결국 업무의 말미에는 '네 덕택이다'라고 말해주는 많은 동료들의 응원을 에너지 삼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루종일 정신없이 울려대던 업무 메신저는, 오후 7시를 기점으로 다들 '암묵적 off'에 들어갔다. 

나는 사무실에서 고요히 '멍'을 때리며 예전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내일이면 다시 이 메신저방에 불이 나겠지? 어떤 어려운 Mission이나 귀찮은 일들이 나를 반기려나..'

안 좋은 생각이 줄을 잇다가도...

'그래도 오픈 성공했으니, 너는 할 만큼 했어, 종화야. 너무 멋있었어

하는 스스로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PC를 끄고, 사원증을 태그하고 밖을 나와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제 7시가 되었는데도 생각보다 밖은 밝았고 해는 천천히 떨어졌다. 원래 같으면 사진기를 들고 동네 어르신처럼 골목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바깥 풍경도 보고 향긋한 꽃내음도 맡으며 계절의 변화를 먼저 체감하는 편인데, 이제야 해가 이렇게 길어졌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그동안 업무의 초조함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증거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게, 365일 중 하루가 흘러갔다.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출근했던 오늘, 그 하루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비했던 덕택인지, 무사히 흘러 이렇게 브런치를 쓸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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