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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May 24. 2023

그냥 둬도 되는데

나는 혼밥충

"코로나 19 확산세가 상당히 빨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내식당에서도 1인용 좌석으로 교체 중입니다."


 요새 벌써 옛날이 되어 버린 듯한 단어가 있다. 바로 '코로나19'. 사람이 참 간사하다. 예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아주 강하게 시행할 때만 해도, 나는 실외만큼은 마스크를 벗고 싶었다. 야외 산책 나가서도 마스크를 쓰는 게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원히 우리 삶과 함께 할거 같았던 이 질병이 점차 엔데믹으로 향해감에 따라, 다시 우리네 삶은 이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젠 분리수거하러 승강기를 탈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식당에 밥 먹으러 들어가는 건데도 '겸양쩍다'는 느낌으로 입구에서만 마스크를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펼쳐 입만 가리고 들어가던 풍경도 옛말이 되었다. 이렇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평범한 일상은 생각해 보면 '공기'와도 같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지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유행병이었다.


 모든 게 다시 3년 전, 자유롭던 시절로 돌아오고 있었고, 나는 오늘 또 다른 하나의 잊고 있던 광경을 회사에서 볼 수가 있었다. 바로 '구내식당'의 자리 배치였다. 서두에 이야기 한 대로 팬데믹 상황이 3년간 지속되면서, 사내 식당의 자리 배치도 개개인이 따로 먹을 수 있게 잘게 쪼개어 위치하고 있었다.


 "밥 먹으러 갈까?"라는 말은, '식사나 하러 엘베 타고 내려가자'라는 말이었지, '같은 자리에 모여 함께 먹는 것'을 지난 3년간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었다.


 사실 회사에서 밥을 요새 잘 먹지 않아 자리 배치가 다시 예전처럼 여러 명이 한 번에 먹을 수 있게 바뀐 지도 몰랐었다. 이렇게 자리가 붙어버리니, 결국 혼자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잘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지난 3년간 나를 불편하게 했던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정부에서 해제시키자마자 나는 곧바로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며 따랐었다. 선택적 이게도, 지난 3년간 사내식당의 1인 식사 정책도 함께 해제되자, 이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밥'해도 눈치 안 보고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던 1인 테이블이 참 좋았었는데...


 식사를 모두 마친 후, 퇴식구를 향해 걸어가며 혼자 드시는 분들과, 이제는 여럿이 사이좋게 드시는 모습들이 함께 시야에 들어오며, 3년간에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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