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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pr 19. 2023

다이어트가 필요해

몸무게, 카메라 렌즈

#1, 1일 1식 하는 산적 밥 굶 남

"종화, 오늘도 점심 안 먹어?"

"네..."

"허, 대단하네, 안 힘들어?"

"음.. 제가 일하면서 짜증은 안내죠? ㅎㅎ 그러면 잘 견뎌 내고 있다는 뜻이에요"


 시작은 작년 3월부터였다.

 매주 토요일마다 웨딩스냅을 찍으러 결혼식장을 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단정한 셔츠에 정장바지를 요구하였다.

 작년 몸무게가 85kg이었었으니.. 그 상태로 셔츠와 정장바지를 입으면 쪼그려 앉기도 벅찰 정도로 타이트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3월엔 아직 춥다 보니, 재킷도 함께 입어 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진을 찍으러 팔 동작을 할 때마다 재킷이 터져 나갈 거 같은 뻑뻑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처럼 인위적인 다이어트는 하지 않았다. 다만 매주 토요일마다 촬영 전에 긴장을 한 탓인지 식사를 아예 하지 않고 찍는 게 일상화되다 보니, '하루 한 끼'를 먹어도 생각보다 몸이 견딜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거 같다. 아울러 토요일 하루만 본의 아니게 간헐적 단식을 함에도, 몸무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점 바지의 허리 사이즈가 여유 로워 지고, 셔츠에 바지를 넣어 입어도 배가 '덜' 나와 보이게 되었다. 아울러 몸무게가 줄자 한결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고, 러닝을 해도 몸이 힘들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올해부터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회사 출근해서 점심시간에 밥을 잘 먹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유지가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몸도 이를 받아들이고 배꼽시계도 울리지 않더라. 그냥 원래 한 끼 먹던 사람처럼 된 것 같다. 게다가 동료들도 이제는 나의 기괴한 이 행동에 대해 그러려니 하며 받아주게 되었다.

 아울러, 점심시간에 점심을 안 먹으면, 나의 온전한 휴식시간이 생긴다. 가뜩이나 눈도 쉬이 피로해지는 편이라 그 시간에 엎드려서 30분이라도 자면, 오후에 집중해서 일하기도 좋다.


 다만,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안 먹는 게 아닌데... 혹여나 모르는 사람이 나를 '왕따'로 볼까 봐 살짝 두려울 때도 있지만, 나이가 마흔이 다되어 가 그런가? 왕따도 뭐 괜찮지 싶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은 게 요샌 더 좋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걱정이 생겼다.

 요 근래에는 몸무게가 줄지 않아 소위 '약발'이 다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다. 지금 내 몸무게가 78~79kg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75kg까지는 간헐적 단식으로 빠질 줄 알았는데... 내 몸무게는 현재 요지부동이다.

 

 앞서 말한 75kg 몸무게 유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1일 1식과 더불어, 오후 4시부터 오픈되는 회사 피트니스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5km씩 러닝머신을 뛰고 있다. 

 사실 그 이상은 내가 더 다이어트에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지금처럼 꾸준히 이어가 보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올해 말, 과연 내가 목표한 75kg을 달성할 수 있을까? 더 빨리 달성하면 좋겠다만, 무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다시 한번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기고해 보도록 하겠다.

  


#2, 렌즈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나는 카메라 렌즈 '기변병'에 걸린 거 같다. 아니다. 걸린 거 같다 가 아닌 걸렸다. 가 맞는 표현이겠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기기 변경 병'인데, 뭐 기변병이라고 해도 다들 알아들으실 것 같다.


 내가 소위 '반골기질'이 다분하여, 남들이 안 써본 렌즈들을 사서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렌즈를 사고팔고 하는 걸 아무 일도 아닌 듯, 엄청 자주 거래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돈과 시간. 아니 정확하게는 '돈'이다.

카메라와 카메라 렌즈를 사고파는 중고시장은,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아주 예전 온 국민들이 한 대씩 들고 다니던 DSLR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이며, 그 자리는 성능 좋은 폰카들이 대체하게 되었다. 지금 카메라 중고시장은 '고인 물'들만 참여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되었다. 폰카가 너무 좋으니, 카메라 시장으로 사람이 유입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려는 사람이 적다 보니, '인기' 많은 스테디셀러 물품에만 수요가 집중되고, 나처럼 튀는 물건을 구매해서 중고시장에 내놓으면,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눈물의 폭탄세일을 여러 번 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스스로의 성과분석을 통해 드디어 올해, 다시는 어정쩡한 렌즈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마지막으로 눈물의 폭탄세일을 실시하여 그간 갖고 있던 어정쩡한 렌즈들을 모두 처분했고, 해당 렌즈들의 판매대금으로 가장 인기 많고 성능 좋은 렌즈 1개를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무려 230만 원)


 그 렌즈는 너무 좋은 렌즈였다. 가볍기도 가볍지만, 성능도 너무 좋아서, 사람의 눈을 찍으면, 그 사람을 찍고 있는 '내'가 비춰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공급이 원활치 않아 수요가 따라지 못하는 현상도 종종 발생하곤 했다. 그만큼 많은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이었다. 


 올해 초 영입한 이 렌즈를 잘 쓰고 있었지만, 결국 다른 사람에게 물품을 판매하고, 나는 같은 스펙의 렌즈로 '다운 그레이드'를 하게 되었다. 돈이 없어서... 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쓰기에 오버스펙'이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매주 토요일 나가는 상업촬영에 이 렌즈가 주력으로 사용되지만, 렌즈 좋다는 건 '사진사'만 아는 영역이다.

일반 고객들은 잘 알지 못한다. 사진을 한참 확대해 봐야 겨우 알 수 있는 작은 차이 때문에, 대체품과의 가격차이가 140만 원이 나는 것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졌다. 결국 이 렌즈도 나이를 들다 보면, 몸값이 떨어지고 화질도 떨어질 텐데, 그때 돼서 렌즈를 판매하게 되면, 나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손해 안 보고, 내가 샀던 금액 그대로 다 받고 팔아서 왠지 '이긴'느낌이었다.


 나만 아는 차이 때문에, 그 큰 비용을 감수하며 더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나 보다.

남들은 어차피 모를 거, 굳이 비싼 금액 더 들여가며 그 렌즈를 깔고 앉을 생각이 없어졌고, 좋은 기회에 같은 화각의 비슷한 성능을 가진 대체품으로 잘 변경할 수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렌즈구매도 사람의 몸무게처럼 살이 쪘다가, 빠졌다가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언제쯤 멈추게 될까. 나의 카메라 기변병은...


비싼 문제의 '금' 렌즈로 촬영한 사진. 사실 원탑이다. 나쁠 게 하나도 없는 렌즈의 결과물


이번에 들인 대체 렌즈. 얘도 결과물 좋지 않나? 그래도 확대해서 살펴보면 차이가 조금 나긴 난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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