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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pr 09. 2023

새로운 경험

"종화야, 너 예전에 모임 때 행사 사진 찍는뎄지?"

"어 형, 왜?"

"아... 곧 우리 애 돌잔치인데, 너한테 의뢰를 좀 할까 해서"

"음.. 돌은 안 찍어봤는데, 나한테 맡길 수 있겠어?"

"괜찮아, 지인들만 부를 거라, 네가 맡아주면 좋겠다"


 올해 2월 말이었다. 군대 동기 형에게서 반가운(?) 카톡을 받았다. 자기 딸이 곧 돌이라, 나보고 스냅을 좀 찍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사실, '거절' 해야 하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돌은 내가 찍어본 영역도 아니고, 게다가 웨딩스냅도 아직 메인도 달지 못하고 있어 실제 연출등 디렉션 부분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음속으로 '한번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두 딸의 돌사진 스냅본도 다 가지고 있어서 구도나 노출등을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의뢰인인 동기 형이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줬기 때문이었다. 

 물론.. 욕심내진 않지만 결과물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나한테는 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부담감도 많이 안고 있었다.


 어깨가 많이 무거웠지만, 결국 나는 그 의뢰를 승낙하고, 나의 네이버 캘린더에 '4월 8일, 양재역 엘타워, 하윤이 돌잔치'라는 일정을 박아두었다.


"작가님, 상반기 잔여 스케줄 드릴 꼐요, 혹시 4/8일은 어려우신 건가요?"

"아, 네네 제가 그날은 친구 돌잔치에 가기로 해서요."

"아.. 그날 엄청 스케줄 많은 날인데... 일단 알겠습니다"


 스냅업체 대표는 아쉬움을 토로하였지만, 나는 그것으로 인해 스케줄 변경을 하지 않기로 했다. 

뭐 지나고 나서의 일이지만 결국 4/8일 돌잔치를 마치고 곧바로 결혼식 장으로 향하여 웨딩스케줄도 소화해 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내가 안 해봤던 분야"에 대해 커다란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동기 형이 나에게 먼저 스냅비용을 '선입금'해 줬기 때문에(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서, 내가 본업에서 맡고 있는 일이 점차 볼륨이 커지기 시작했다.

원래 같으면 회사에서 돌 스냅등을 좀 연구하면서 촬영 구상을 많이 하려 했는데, 장모님 상도 있었고 이래저래 바빠지면서 구상은커녕 하루하루 숨만 쉬며 살아가는 날들이 많아졌다.


 결국은 잔치 전날이 되어서야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돌잔치 스냅사진들 중,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을 추리며 사진들을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전송하여 식 전까지 계속 살펴보았다. 


 드디어 D-Day, 동기 형은 식 전에 연출컷 같은 거 크게 안 할 거니까 미리 와있지 말라고 했으나, 나는 보기로 한 시간보다 1시간 30분을 더 일찍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선배 돌스냅 기사분들이 열심히 가족들을 리딩하며 열의를 다해 촬영을 하고 계셨다. 그러면서 나는 슬쩍슬쩍 그분들을 따라다니며 주요 스폿 포인트들에 대해 머릿속으로 최종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한 기사님은, 아이가 앉아있는 독사진을 찍겠다며 '엎드려 쏴' 자세로 엎드려 아이를 찍어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 생각에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 샷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좋은 결과물에 대한 열의를 보이는 저 기사님이야 말로, 많은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디어 만나게 된 오늘의 주인공 하윤이. 하윤이는 동기형과 똑같이 낯을 가리지 않더라. 

잔치 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와이프가 가장 걱정하는 게, '애를 좋아하지도 않는 네가, 돌잔치라니'라는 걱정반 비아냥 반 섞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었는데, 다행히 주인공이 나를 살려주었다. (고맙다 하윤아) 그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도 울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시커멓게 차려입고 온 나를 보고도 방긋 미소를 지어 주어서 지금생각하면 너무나도 고맙다.


 식전 연출 컷부터, 고객을 앞에 두고 처음 '디렉션'을 내가 해보게 되었다. 

"어머님, 아이 볼 한 번만 터치해 주세요"

"형, 여기서 하윤이한테 손 흔들고, 어머님은 하윤이 바라보시고~ 그리고 아버님한테 손 한 번 흔들어주시고~"

"자 여기서, 하윤이 올려 두고 두 분께서 안 넘어지게 잘 받쳐주세요~"


 그동안 서브스냅만을 해와서, 고객 앞에서 입이 트일까 나 스스로도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입이 트이더라. 나도 놀랐다. 게다가 부모 쪽이 연출컷에 오히려 관심이 별로 없어서 내가 더 찍자고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왜냐하면... 사진기 사는 '한 컷'이라도 더 고객을 담아주고 싶은 서비스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 또한 그렇게 일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식전 연출과 잔치 스냅, 원판용 가족 기념사진 촬영을 모두 마치게 되었다.

난생처음 찍어보는 스냅이고, 사수가 붙어있지도 않고, 다른 돌잔치 업체에 포트폴리오 용으로 쓰지도 않을 거라 잘한 건지 못한 건지에 대한 감은 없다. 그렇지만 한 번도 안 해본 분야에 대한 결과물의 부담감을 뚫고 레이스를 완주한 나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였다.

 


"형, 원본이랑 jpg, 그리고 A컷들 네이버 클라우드로 옮겨놨어"

"어, 야 바로 보내주네? 너무 고맙다."

"지인 찬스가 이런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그리고 보정본도 내일까지 카톡으로 줄게"

"오늘 진짜 너무 고생 많았다. 다들 너 열심히 찍어준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

"꽁으로 찍은 것도 아닌데 뭐...ㅎ 내가 고맙지"


 하윤이 돌잔치 사진 결과물은, 지인찬스답게 동기 형에게 '당일배송'해 드렸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오늘, 사진에 '미원 두 스푼' 추가하여 보정한 결과도 카톡으로 전달해 주었다. 


 내가 초심자인 걸 알면서도, 나에게 스냅 기회를 준 동기형에게 다시 너무 고맙고,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을 뚫고 레이스를 완주해 낸 나에게도 고마웠던 날이었다. 다른 분야도 좀 이렇게 도전했으면... 스스로에게 칭찬과 함께 앞으로의 희망도 함께 전달했던 하루였다.


"하윤아, 아저씨 하윤이 첫 생일날 초대돼서 너무 기뻤어. 건강히 잘 자라고 나중에 만나면 아저씨가 용돈도 줄게! 엄마아빠 말 잘 듣고 예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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