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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pr 24. 2023

훈장질

"그래, 서브로는 얼마나 일을 해온 거예요?"

"네, 작년부터 1년 여 하면서 스케줄을 받아왔습니다."

"1년 동안 메인 못 잡은 걸 부끄러워해야 하는 거예요. 그간 서브 스케줄 받아왔다고 자위하는 게 아니라"

"네...?(옅은 미소)"


"이번주 메인작가는, 우리 회사 '이사님'이에요, 잘 배워둬요"


 업체 대표는, 이번주 촬영 디테일을 건네면서 메인작가의 연락처와 이름을 함께 전달하며, '잘 배워 두라'는 이야기를 함께 남겼다. 

그런데, 사실 웨딩스냅 찍으러 가서 내가 누군가에게 '사진적 테크닉'은 더 이상 배울 것은 크게 없다는 것이, 1년여간 웨딩 사진을 공부하며 느낀 나만의 철학이었다. 왜냐하면, 그 찰나의 순간에, 내가 메인 작가의 눈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그 작가의 결과물을 내가 보면서 더 나은 포인트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도 없기 때문이었다. 정말 촬영에 들어가면, 스스로의 창작의 영역에 맞춰 각자가 맡은 포지션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기도 바쁘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 사람의 결과물이 너무도 훌륭하여 내게 귀감이 되게 하겠다면, 해당 촬영본의 결과물과 나의 결과물을 비교하며, 내가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이 높은 지도 방법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것은 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피드백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 사람과의 차이의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후에 충고나 Advice가 들어가야지, 무턱대고 혼자만의 뇌피셜 서열만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훈장질'을 하는 사람 치고, 내가 살아온 40년간 결과물이 좋은 사람은 보질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리 식장에 도착해서, 담배 한 대 태우자는 우리 '이사님'의 이야기에 넉살 좋게 흡연장으로 이동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도중, 왜 1년이 넘게 메인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책? 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내가 굳이 메인을 잡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은 입문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함이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본업이 버젓이 있는데, 부업에서 힘을 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거기서 정색하고 반문하자니, 또 남은 촬영 간 관계에서 우리 '이사님' 삐지실 까바 걱정이 우려되어 꾹 참고 옅은 미소로 그 상황을 빠져나왔다. 


 그분의 촬영 결과를 보지 못해 너무 아쉽다. 우리 '이사님' 사진이 얼마나 잘 뽑혔는지 보면, 내가 많이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서 그 사람의 말은 그냥 흘려듣기로 했다. 


 본인이 나에게 훈장질을 할 셈이셨으면, 최소한 나에게 '시간 투자'는 하시고 좋은 말씀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 바꿔서 내가 그 사람에게, "왜 나이 50 다되어 가시는데 대표님이 아니고 이사님이에요? 그간 메인 스케줄 받아왔다고 자위하실게 아니라, 부끄러워하셔야죠"라는 말을 하면, 어떠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이야기를 실제로 내뱉었으면 난리 났겠지? 나도 글을 쓰다 보니 그때 저 말을 못 한 게 한이다. 다음번에 촬영장에서 만나 또 나에게 훈장질을 한다면, 저 말을 정말 아주 완화해서 돌려 까기를 해야겠다!


"이사님, 말씀 감사한데요, 회사하나 차리시는 게 낫지 않으세요? 연세도 있으시고, 언제까지 통행세 떼고 주는 돈 받으시려고요...?" (아주아주 완화된 버전!)


촬영 다 마치고, 너무 분해서 밤마실 다녀왔다. 근데 저 날 밤이 진짜 예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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