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욕심을 안 부려야 하는데...
나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까지 2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그중에 5할은 오롯이 '면도'를 위해 사용하게 된다. 아무래도 내가 여드름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데다가, 수염도 턱밑부터 목 아랫부분까지도 자라나는 터라, 내 맘에 들 때까지 깔끔히 면도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칼질'이 필요하다.
어릴 적부터, 면도할 때 하도 '피'를 많이 봐서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아침마다 떠오를 정도이다. 조금이라도 덜 다치기 위해, 세면제로 세안을 하고, 따뜻한 물에 면도날을 불려놓고, 쉐이빙 폼을 골프공 만하게 손에 덜어 수염이 난 곳에 잘 펴 바른다.
오늘도 어김없이 위에 적어둔 Task 순서 대로 실행에 옮기며 면도를 해 나갔다. 한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면도가 더 깔끔히 잘된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면도날을 정방향 및 역방향으로 신중히 수염을 절삭하던 도중, 턱과 목 사이의 아직 까끌한 수염무리를 손으로 느끼고는 그들을 베어내기 위해 면도날을 옮겼다. 그러나 애당초 잘렸을 녀석들이라면, 그간 여러 차례의 절삭을 통해 이미 사라졌을 터, 손가락 끝 감각을 이용해 아직도 수염 느낌이 나는 게 싫었던 나는, 그 순간 면도날에 힘을.. 주었다.
"악"
짧은 외마디와 동시에, 목에서 옅은 피가 흘러나왔다. 황급히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거울을 살펴봤더니, 면도날에 베인 피부와 아직도 조금씩 새어 나오는 피가 보이고 있었다.
그냥, 내버려둘걸.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내일 정도엔 수염이 더 자라서 오늘보다 잘 제거되었을 것이다.
역시, 조금이라도 '욕심'을 내면 언제나 어김이 없구나. 이제는 좀 외우자. 제발. "과유불급!"
어쩌겠는가, 반창고 하나 붙이고, 회사에 출근하여 먼저 물어보지도 않는 많은 동료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로 시작하게 된 오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