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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un 06. 2023

킁킁

#1, 아스팔트 냄새

 덥디 더운 여름날, 열기를 식혀 주는 소나기가 잠시 스쳐간 뒤, 산책을 할 때 나는 "아스팔트 습기" 냄새.

처음에는 '뭐지'? 하며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여름'날, 그것도 소나기 그친 이후에만 나는 귀한 손님이다. 오늘도, 연휴의 마지막을 슬퍼하듯 지나간 소나기 뒤로, 아스팔트 냄새가 났다.


#2, 나프탈렌 냄새

 어릴 적, 부모님의 옷장을 뒤지는(?) 게 취미였던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가끔 매시던 넥타이도 혼자 둘러보고, 어머니의 몇 벌 되지 않는 외출복과 액세서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옷장을 열 때 뿜어져 나오는 "나프탈렌 냄새". 어머니는 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마트를 잘 안 가신다. 노원역으로 가는 길 노점하시는 아저씨들과 실랑이를 하며 참외 하나라도 더 받아오며 '진상'고객으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하곤 하였다. 그중에 '나프탈렌'도 길거리에서 구매하시곤 하셨다.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는 우리 엄마의 옷장 냄새.


#3, 아가 베개 냄새

 현충일, 오랜만에 둘째가 자는 침대 1층에 몸을 쑉 하고 누워 이불을 누에고치처럼 말고는 고개를 아가 베개 코에 박은채 스마트폰을 했다. 베개에서 아가냄새가 아직 났다. 어릴 적부터 알고 있는 그 아가냄새.

 이제 몸에 땀도 더 많아지고,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가냄새는 안 나겠지? 생각해 보면 이건 나에겐 '시한부 선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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