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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27. 2021

나랑 결혼해줄래?

인고의 시간

결혼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에는 반쯤 감아라 - <토머스 플러>

 "곧 오피셜 띄우겠습니다..."

궁금해 죽을 뻔했다. 자꾸 카톡으로 "읍니다" 체를 남발하며 '도대체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하게 한 친구가 있었다. 친구니까.. 나이는 37살, 하긴 친구에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동갑 친구'라는 명칭이 적절하겠다. 동갑 친구 A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세상 사 이제는 바뀌어 '결혼에 진심'인 친구들은 정말 많이 없어진 거 같다. 남자고 여자고 내 또래 분들 중에서 아직 결혼 '안'한 분들이 많으시다. 이젠 A도 내년에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그 이후 직접 만나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듣는데 예전 내가 결혼할 때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나를 기다려 준 사람"

우리 커플은 대학교 1학년 때 만나서 연애를 하다가 약 8년여를 사귀다 결혼을 하게 되었다.

부침이 별로 없던 커플이었는데, 꽤 심했던 부침은 내가 전역하고 취업준비를 할 때였다. 이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귀하의 능력은 출중하나, 제한된 자리로 인해 모실 수 없음을...'이라는 광탈 문자가 연이어 날아오고, 종로에서 토익공부를 하는데 쏟아져 나오는 사원증을 맨 사람들,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인생의 시기였고, '첫 직장이 제일 중요해'라는 말도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 소홀히 대했다. 현 내무부장관님은 그런 나를 더 이상 인내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는지, 내가 회사에 합격한 후 연락이 잘 닿아 지금의 결혼 생활을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스무 살 때부터 만났으니, 나의 찌질함도 너무 잘 알고, 단점들도 잘 알고, 돈도 없음을 잘 알지만, '나 하나' 바라보고 결혼반지를 흔쾌히 승낙해 준 것이다.


"안 볼 수가 없다, 서로의 조건"

이전 단락에서 말했듯, 우리는 약 6개월 정도 헤어짐이 있었고,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짝 찾기 시즌 이었던 거 같다. 주변에서 그래도 좋게 봐주셨는지 소개팅 자리가 많이 들어왔는데, 결론적으로 나와 맞는 인연은 없었다. 오래 사귀었던 만큼 모든 것은 구 여자 친구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예전 친구는 안 그랬는데..."라는 혼잣말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차도 없고, 돈도 많이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나로서는 스스로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다. 나 또한 아무래도 더 좋은 여자와 만나보고 싶었는데,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를 좋아해 줄리는 만무하다. 결국 서로가 조건을 따지고 조금씩 엇나가는 상황들이 연출되며 나의 자유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결혼은 실전이야"

 하물며 20대 멋모르던 시절에도 서로의 조건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며 밀땅을 할 지언대, 30대 결혼 적령기의 '선' 자리는 어떨까, 이미 외모, 재산, 직업, 이상형이 모두 오픈이 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안 채 실제로 만나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제는 돈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애프터'를 신청하는 사람도, 수락하는 사람도 꽤나 신중하다. 소중한 시간을 날릴 수도 있기에, 20대 시절에 비해  탐색의 시간이 더 짧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와서, A는 내년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간 얼마나 서로 탐색전을 했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지루하고 어려운 탐색전을 끝낸 둘이 나는 대견했다. 나는 라떼의 경험을 토대로 A에게 결혼하고 나서 어려웠던 부분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아이를 낳으면 서로의 시간이 없어지고 신경이 예민해져 다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해줬고, 연애 때보다 더 싸울 수밖에 없다고도 이야기해주며 왁자지껄했던 그날의 술자리를 마쳤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길"

A는 나에게 예전부터 예신님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상담과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사실상 그것이 '조건'을 따지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중엔 부정적인 이야기들 있었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부럽다. 결혼할 때 받는 양가 부모님의 관심과 더불어 사회에서 가정을 일군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희열감이 있다. 이제 A의 부모님도 한놈 보냈다고 술 한잔 하시면서 기분 좋아하실 것이다.


"축하한다 A, 이제는 눈 반쯤 감고, 참아, 그게 가장의 역할이야"
웨딩 사진은 내가 찍어주마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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