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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23. 2021

평범한 주말 일기(10.16)

"아무 일도 없었다."

이 자체가 나는 꽤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말이지만 '아무 일'이 없을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들.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내 옷을 반품하러 L타워에 가서 반품을 하면서 슬퍼졌다.

'아, 한 사이즈만 더 컸어도 입는 건데... XXL이 없는 거야.. 왜' 푸념을 혼자 늘어놓으며 "더 큰 사이즈가 없네요.. 많이 아쉽네요" 라며 반품을 시켰고, "쇼핑백 100원만 다시 결재할게요"라고 친절한 직원이 잘 설명해 주었다.


 울 와이프는 정말 천성이 착하고 선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이 아끼는 편이다.

물건을 사면 떨어질 때까지 사용하니까, 심지어 명품 욕심도 없다.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

큰애랑 손잡고 에스컬레이터를 먼저 내려오는데, 와이프랑 작은애가 내려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방에는 내가 못 보던 아이 물통 케이스를 하나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려니 했다. 필요하니까 샀겠지...

쇼핑을 하고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끝에 도달했을 때 와이프의 시선이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뭐 사려는 거 있어?" "아...." 하며 나에게 찢어진 옆가방을 보여주었다. 나는 너무나도 짠한 생각이어서 "어서 사, 이렇게 뜯어진걸 어떻게 들고 다녔어"라고 이야기해줬다. 와이프는 웃으며 옆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옆가방이 진열된 매대 옆에는 방금 사서 온 물통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아 여기서 샀구나... 친환경 물건 판매대네.' 서비스로 뭐 없나 싶었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쇼핑&반품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쉬었다.


 가끔은 본인이 원하는 것도 사고, 내 눈치 보지 말고 지르고 했으면 좋겠는데, 내 눈치를 많이 보는 거 같다.

"이거 얼마 주고 샀어?"라고 농담하는 나에게 "어 비밀이야^^;"라고 대꾸하며 항상 피하는 우리 와이프...

돈 없고 능력 없는 남편 만나 고생이지 싶다.


"이번 생애는 글렀네, 다음 생애에 더 좋은 남자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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