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Jun 13. 2023

나의 재택 일지

일없기만 간절히 바라는 회사원의 마음... 특히 재택일 때는 더

 어제와 오늘, 집에서 재택을 신청 후에 업무를 보고 있다. 오늘은 원래 재택 계획은 없었으나, 와이프 스케줄로 인해 둘째 하교를 해줄 사람이 없어 내가 '당첨' 되었고, 어제는 오한과 함께 감기 증상이 온몸을 지배하여 환자처럼 힘없이 집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간 무리하기는 했다. 저번주 토일 주말 모두 촬영 스케줄을 잡아놨던 터라, 그걸 소화하고 나니 몸에서 한기와 함께 열기가 동시에 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스케줄 받을 시점에 일요일 건은 안 한다고 쳐냈어야 했는데, 우리 두 아이들 주말 홀로서기도 조금 시켜볼 겸, 호기롭게 촬영 일정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그렇게, 어제는 나를 '언급' 하거나 나를 '수신'으로 지정하여 보낸 업무 요청 건들 만 수동적으로 처리하였다. 다행히 요새는 회사일에서 크게 바쁜 건 없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한바탕 큰 웨이브가 지나간 뒤, 다음 챕터 업무를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다행히 나를 찾아주는 이는 별로 없었고, 나 또한 동료에게 솔직히 내 상황을 전달한 뒤 집에서 요양 아닌 요양을 어제오늘 하게 되었다.


 오늘도 아침에는 미열이 살짝 있어 온몸에 열감이 있었다. 다행히 어제와 다르게 기침이나 가래는 현저히 줄어들어 몸이 회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변 동료들과 채팅을 하며 몸상태를 이야기하니,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해 준 분들도 계신다, 사실 아침에 병원 가서 진찰을 받아볼까... 도 생각했으나, 요새 병원은 병원이 아닌 '테마파크' 수준이다. 진료 한번 볼 참이면 한두 시간정도의 웨이팅은 기본이랄까? 그런 웨이팅을 다 감수 한 채, 의사 선생님 앞에 서서 증상을 이야기하고, 퇴실하는 데는 채 3분이 걸리지 않는다. 몸도 어제보단 나아진 게 확실히 체감되어 병원까지 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집에서 머물렀다.


 어제는 그래도 몇 번 정도는 나를 '언급' 하며 찾는 메신저가 오던데, 오늘은 더 조용하다. 나는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해 회사에서 플젝경비로 구매해 준 외장모니터와, 업무 PC를 야무지게 연결하고, 메신저나 메일이 오는 걸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하지만,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게 아니다 보니 이내 '스르르' 의자에서 졸곤 한다. 마치 내 뇌는 'Batch Application'처럼 3분에서 5분 간격으로 계속 눈을 뜨며 모니터 하단 작업 표시줄에 메신저 알람이 깜빡이는지 체크하고, 아직 피곤함이 덜 깨었는지 다시 스르르 눈을 감는다. 


 오늘의 미션인 둘째 하교를 무사히 마친 햇살 좋은 오후, 6시 넘어 PC를 off 한 이후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둘째 픽업을 하며 잠깐 걸어본 내 몸상태는 생각보다 완전치 않았다. 이럴 때 무리하게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더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어 그런 생각 자체를 접게 되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후,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는 시간이 왔다.

이 정도 시간이 되면 회사에서나, 아니면 재택을 할 때에나 '일 요청'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간대로 진입한다. 특히 회사에서는 업무를 Fully 해낼 수 있는 몸과 마음 상태에서 일을 하므로 다소 늦은 시간의 요청도 즐겁게 해 내는 편이지만, 재택 할 때에는 그런 상태는 보통 아니다 보니, 아래와 같이 말을 하는 편이다.

"이 요청건, 급하지 않으면 내일 오전까지 해드리면 안 될까요?"

 보통은 그러라고들 많이 이야기를 하신다. 급 할 정도로 위급한 건이면 나도 저렇게 대답하지 않지. 


 이렇게, 잠시나마 회사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시간인지 모른다. 회사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 문제로 인해 매우 싫겠지만, 기계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야, 몸이 안 좋을 때 집에서 필요한 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재택근무가 가끔은 필요할 때가 있는 거 같다. 


"매일 재택 하진 않을 테니... 지금처럼 아플 때 가끔 좀 쉬어가면 안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다 해주는 자의 말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