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해야지. 나의 로그를
#1, 상장 부럽다.
큰 애가 '자발적'으로 한자 학원을 다니겠다고 한지 벌써 4개월 여가 흘렀다. 사실 아이가 자의적으로 간 게 맞지만, 나의 타의적인 부분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한자 학원 수강이다. 큰애 학교 앞에 한자학원을 내가 발견한 뒤, 아이에게 다녀볼 것을 권유했었다. 뭐.. 내 입장에서야 당연히 '거절' 하겠지 했는데, 흔쾌히 아이가 학원등록을 하고 혼자 매주 목요일 금요일 자기가 시간 체크해서 학원을 다니는 걸 보고 내심 뿌듯해하고 있었다.
3주 전인가, 4주 전인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학원 측에서 한자 공인 자격증 응시 권유를 받고, 좋은 기회다 싶어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학원에서 준비도 잘하고, 시험 날 응시장까지 지하철도 선생님과 학우들 함께 타고 가서 '첫 시험'을 보고 온 것이 대견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사실 현생에 치여 애가 시험을 본 지도 까먹고 있었는데, 밝은 미소로 '우수상장'을 가져오며 자기가 100점을 맞았다고 아빠한테 당당히 보여주는 게 아닌가? (물론, 5급도 아닌 준 5급이었다. 한자는 없고, 한글뜻만 맞으면 되는...)
"엄마, 나 이거 액자 만들어줘"
아이는 자기가 노력해서 받은 첫 상장이 그렇게 기뻤나 보다. 사실 나도 초등학교 때 글쓰기상과 수학상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아주 정확하게는 딱 두 번 받고 그 이후로 상장은 다른 친구들에게 양보하는 편이었다. 필자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그 상장을 매우 대견해하셨는지,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상장을 액자로 만드셔서 두 개를 거실에 못을 박아 두셨었던 기억이 난다.
큰 아이가 나중에 이 글을 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가 잔소리 겸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건, '본인만의 강점'을 찾길 바란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면전에서도 지겹게 해주는 편이기는 하다.
나중에 삶이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몸소 겪어나갈 텐데, 그때 자신의 대한 '확신'이 있어야 이겨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괜찮아, 나는 나 스스로의 무기가 있고, 강점이 있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나중에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스스로에게 지탱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르는 주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못하는 거에 대해서, 포기하지는 말고, 부족한 점을 메꾸려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자신이 남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걸 찾아 나가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모쪼록 이번의 이 이벤트가 아이 본인에게 티핑 포인트가 되었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2, 초대받지 못한 자
올해 1월부터 저번주까지 거의 매주 빠짐없이 웨딩 스케줄을 소화해냈더라. 크게 몸 상하지 않고 잘 해낸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본다.
7월과 8월은 웨딩 비수기로, 스케줄이 별로 잡히지 않는 달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월별로 2건씩은 스케줄이 잡혀있어서 위안을 삼고 있기는 하다.
이제는 토요일 남의 결혼식에 '초대'받는 게 즐겁다. 꼭 토요일에는 웨딩 식장에 가있어야만 할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비록 비수기라 내가 스케줄을 모두 부여받지는 못했으나, 당장 내일이라도 어딘가 가야만 할거 같은 느낌이다.
이번주는 어딘가 '초대'받지 못해 아쉽다. 하물며 이번주는 와이프가 토/일 모두 일을 나가는 주.
그런 의미에서, '가족'들과 더 귀한 시간을 보내라는 하늘의 계시로 알고, 내일 와이프를 뺀 아이들과 장인어른을 모시고 영화관에 가서 엘리멘탈을 같이 보기로 했다.
초대받지 못한 아쉬운 마음, 훌훌 털고, 이번주는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갖고자 노력할 예정이다.
#3, 나도 찍어줘
오늘 카메라를 들고 나갈 예정은 없었지만, 출근하기 위해 집 문을 열었는데 하늘의 구름이 심상치 않았다. 말고 깨끗한 하늘의 질감과 약간은 아쉬운 공기의 수증기만 제외한다면,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 괜찮다 싶어 발길을 다시 집으로 돌려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고 회사로 향했다.
"어, 오늘은 어디가 박화백"
내가 속해있는 프로젝트의 기술 구루 형님이 나에게 물어보셨다.
"어? 어딜 가냐니?"
"너 카메라 가방 들고 온 거 아녀?"
"와.. 눈썰매 ㄷㄷ 사실 어디 갈지 결정은 못했어요"
일찍 퇴근하려 했던 불금이지만, 새로 받은 화면 요건을 개발하며, '나의 바닥'을 쳐다보니, 지하 3층 정도되는 듯했다. MultiPart로 파일 upload를 구현하는데, Form을 이용해서 보내야만 한다는 것도 30분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된 사실. 그만큼 손 놓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겨우 어느 정도 구현 후, 서울 숲으로 향했고, 빛이 좋았던 오늘의 질감을 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카메라에 담은 메모리 카드를 집에 와서 외장하드로 옮기고, 라이트 룸이라는 보정 프로그램으로 감성 한 스푼을 더하곤 하는데, 더해진 감성사진은 카톡친구들 중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에게 한 무더기 보내곤 한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사진 전송을 마무리하고, 마치려는 순간, 같은 회사를 다니다 서울 숲 쪽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A가 생각나 사진은 재전송해주었다. 언젠간 보겠지?
"오, 오빠, 사진 너무 이쁜데? 이거 보정한 거야?"
"웅웅, 언제나 리터칭~하지~~"
"오.. 빠, 나도 저 사진에 내가 있고 싶다!"
응? 무슨 말이야, 모델하겠다는 거야 뭐야? 나는 반신반의하며, 휴대폰을 들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모델해 주겠다는 거니? 어이쿠 영광!"
"응 ㅋㅋ 나도 영광!"
요 근래 들어 회사 야유회에서도 동료들을 찍어주기도 했었고 요새 인물 사진에 대한 욕구가 조금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한편으로는 '내가 저 사람의 기대치를 meet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불안한 마음도 있다. 그냥 지금처럼 풀데기 찍으면 스트레스는 안 받을 텐데... 개인 스냅 찍어줄라 하면 로케이션 스카우트부터 콘셉트, 소품까지 고민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일까? 아니면 즐거움일까. 사실해봐야 아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래도 A양이 고맙다. 퇴사하고 나랑 속 깊은 이야기도 하며 고민상담도 신청했을 때 누군가에게 내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기도 하였는데, 이렇게 본인이 모델(?)을 자처하겠다고 하니, 내 입장에서는 한번 Try를 해볼 생각이다.
내 주변에 외모도 훌륭하신 분들도 많은데, 많이 많이 더 소중한 순간 담아드리고 싶다.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먼저 손을 내밀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