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Oct 29. 2023

지금이라도, 좋아하는 걸 찾아볼까요?

아니면, 아주 작지만 잘하는 거라도!

 필자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 회사에서는 "취업 멘토링"이라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외부로 알려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 및 취준생들과 현직자를 기반으로 멘티-멘토 관계를 이어주고 취업에 도움을 주라는 이야기를 HR 파트에서 홍보했던 적이 있다. 


 나는 평소 대학 후배들이나 군대에서 아직 전역하지 않았던 내 동기들을 멘토링해서 상대적으로 이야기하는 '좋은 기업'에 취직을 시킨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주로 그 당시 자기소개서를 코칭해 주고, 그렇게 정돈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입사 면접 시 예상질문에 대해 답안을 만들어는 일을 하곤 했었다. (생각보다 타율이 높았었다.) 그래서였을까? 회사에서 그런 자리를 공식적으로 만들어준다는데, 나는 손을 들고 자원하여 멘티들을 만나게 되었다.


개인의 기질과의 적합성을 묻는 질문은 없었다. 

 멘티들을 만나보고 느꼈던 부분은, 내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 하기 위한 정보를 얻어내기 급급할 뿐, 어느 일들이 있고 그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 개인의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하는지, 적합한 기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문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그들이 원한 건 정확하게는 '취업 1타 강사'가 아니었을까? 그마저도 그들에게는 꽤나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오고 있는데, 실제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와서 이것저것 도움도 주고 본인들의 이야기들 잘 들어줬으니 말이다. 

 나 또한 그들을 만나 지금까지도 가끔 연락하는 멘티들이 있으니 나에게도 그 시간은 소중했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내가 멘티들 앞에서 속된 표현으로 '가오'잡고 있을 때, 나는 신입사원으로서 굉장히 호되게 깨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입사 전 전체 신입사원대상으로 한 자바 프로그래밍 교육이 다였는데,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된 보니 선배들은 여유 있게 결과물들을 척척 내고 커피 한잔 하러 가는데, 나는 그러한 선배들이 모두 Commit 해 놓은 소스를 기반으로 텍스팅이나 작은 부분만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 공학과를 나왔으나, 학부생 시절, 나의 진로를 확정하지 못해 방황하기 일쑤였고 수업에도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에 관심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주어진 일이니까 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으나, 실력 밑천 자체가 없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코드 한줄한줄 의미를 해석해 가며 역으로 선배들의 소스를 보며 공부하고, 변수 하나하나를 조작해 가며 로직이 동작하는 것을 이해해 내어야만 했다. 나에게 있어, 신입사원 시절은 '사업 밑천'을 다시 바닥부터 다져가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될 놈보다 된 놈 시대

 지금 IT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님들이 이 글을 보면 굉장히 기분 나빠 할 수도 있는 글일 것이다. 필자 취업 때에는 그나마 신입사원들을 IT전공 및 비전공자를 두루 뽑았고, 그들을 트레이닝을 시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믿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코딩테스트등을 통해 본인이 지원한 업무에 대해 '흥미'가 없는 사람은 아예 걸러지도록 채용 시스템이 정교화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요새 채용의 추세가 이미 기업에서는 '준비된 인재'를 원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잘 키워서 써먹을 인재를 뽑는 시대는 지나가버렸다. 어쩌면 빠르면 중학생, 늦어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본인이 흥미가 있는 걸 찾고, 그것을 연마하여 기업에게 자신의 상품 가치를 입증해 내야만 입사가 허용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젠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사람"정도로는 기업에서는 '기본 수양' 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이제는 그보다 더 진일보하여 "일을 스스로 만들고, 길을 개척해 가는 사람"을 원하고 있으며,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단한 자신감과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해내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다.

 안타깝게도 양질의 일자리는 점차 없어져 가고 있으니, 취업이라는 그 좁은 바늘구멍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개개인들이 더욱더 노력을 해 나가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제가 좋아하는 걸 찾아내죠...?"라고 반문을 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필자 또한 그 당시 취업 관련 콘서트 등을 돌아다니며 조금이나마 먼저 사회로 나간 선배들의 멘토링을 들을 때마다 귀에 피가 박히게 들었던 말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라는 것이었다. 


'이미 내 나이 스물 중반인데, 이제 와서 뭘 찾으라는 거야?'

'아니, 지금 돈을 벌어야 할 시기인데, 비정규로 뺑뺑이 돌면서 인생 망치라고?'

'일단 들어가서 일을 해봐야 맞는지 아닌지를 알지, 해보기도 전에 어떻게 좋아하는 걸 알아'

 등등이 그 당시 내가 마음속으로 되뇌던 생각들이었다. 


 그리고 마흔이 다 돼가는 지금 드는 생각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필자가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나 또한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좋아하는 걸 찾아보라고 조언은 해줄지언정, '방법'에 대해서는 가이드를 해줄 수가 없다. 

 게다가 저 말은 마흔이 다 돼가는 필자에게 아직도 유효한 말씀이다. 아마 평생 유효한 말일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무릇, 좋아하는 것을 찾은 사람들은 딱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밤을 새워서 무언가를 하는데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아울러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 혹은 몇십 배의 몰입을 통해 남들과 다른 러닝커브를 만들어 낸다. 


 더불어 그들은 그 분야에 있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좀비처럼,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도전해서 기어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런 사람들은 기업에서 당연히 먼저 '모셔가는 사람들'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너무 저세상 천상계 인간들의 사례를 가져와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대부분이 '보통사람'이 아닌가, 주입식 교육 세대에 장래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자라난 세대이다. 개개인들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는 게 가장 Best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하는 거"라도 소중히 발굴해 보자.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아래는 필자가 스스로 "잘한다고"생각하는 것들을 몇 가지 가져와봤다. 그리고 아랫줄에는 그것들로 인해 회사업무 간 어떤 효용성이 있는지를 적어보았다.


나는 틀린 그림 찾기를 잘한다.

    => 내가 하는 개발 및 시스템 운영업무에서는, 무언가 이슈가 생겼을 때 '정상' 기능을 수행하든 소스코드와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일이 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틀린 그림 찾기를 잘한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

나는 브런치 활동 등을 토대로, 글을 쓸 줄 안다.

    => IT개발업무를 한다고, 상대방에게 소스코드를 보여주며 대화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추상화'라는 과정을 거쳐 비 IT전공자와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때 글쓰기 능력은 강점이 될 수 있다.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인가, 결국 누군가로부터 요청을 받아 개발을 하게 되어있다. 요청자가 본인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99%다. 이때, 이야기를 들을 줄 안다는 건, 정확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한 기본 소양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필자는 뜻밖의 곳에서 '흥미'를 느끼는 일을 찾았고, 그것을 조금씩 다듬어 가고 있다. 바로 "스냅 촬영"이다. 비록 현재 회사에 매인 몸이라 많이는 못하지만, 아는 지인이 가끔 스냅사진을 촬영해 달라고 하면 즐겁게 찍어주고 있다. 

 스냅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에 담기는 모델의 미소나, 따뜻한 분위기등을 결과물로 확인할 때 짜릿함을 느끼곤 한다. 

 아마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낀 자발적 '흥미'가 아닐까 싶다.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 스냅촬영도 조금씩 더 잘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인생 길다. 괜찮다.

 결론은, "내가" 흥미 있고 관심 있는 일을 찾아내 그것을 일로 연결시킨다면 가장 Best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본인의 사소한 강점에 대해 발굴하고, 그것에 Insight를 부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매우 좋아한다. 

결국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방향으로 스스로의 인생은 개척이 되기 마련이다. 

 방향 선정이 늦어도 좋다. 평생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인 스스로에게 자주 말을 걸며, 나의 '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 보면 어떨까?


 


 

 



이전 01화 연재 브런치북을 들어가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