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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ul 30. 2024

끈을 놓지 말라고 하는 거 같았어

  오늘도 쳇바퀴처럼 동일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회사 출근하여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객사가 준 메일에 대한 회신, 개발 간 나에게 질문을 하는 타 개발자들에 이슈 체크, 신규 화면 기획안에 대한 와이어 프레임 검토등, 아홉 시에 출근하여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출근해서 처음으로 폰을 들여다봤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은 떡락 중이구나... 고점에 물려버렸구나. 안타까워하며 폰을 그만 보려는데, 카카오톡에 미세한 울림이 있었다. 나는 누가 메시지를 보냈는가 확인해 봤다.


"빛 실장, 잘 지내요? 살아있나 안부 인사 하려고요"

작년 웨딩스냅할 때 함께 사수-부사수로 많은 호흡을 맞춘 이 실장님이었다. 정말 반가웠었다. 


"네! 이실장님, 별고 없으시지요? OOO은 여전히 일 많이 수주하고 있고요?"

"아직 까지 버틸 만은 한데... 웨딩 플래너들한테 들어보니 올해 40% 정도 예약이 못 미친다고 하네요"


 역시.. 내가 아무리 구직사이트에서 스냅일을 따보려고 해도, 쉬이 구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시장 자체가 죽어버려서 점차 더 뛰어난 사람들만 살아남은 서바이벌 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빛 실장, 요새 일을 많이 했어요?"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작년 OOO업체에서 받던 일을 그만둔 뒤, 사실 이렇다 할 스냅일을 받지는 못했었다.


"아^^; 일을 많이는 못했어요. 회사일이 바뻐서요"

사실이었다. 올해 회사일이 좀 많이 바빠 주말 출근을 꽤 자주 한 거 같다. 


"이제 OOO에 돌아와서 나랑 같이 일 좀 합시다. 내가 대표한테 이야기해 둘 테니"

나는 카톡으로 글을 쓰다가 지우다가를 반복했다. 장비를 팔아서 이제는 어렵다는 이야기... 그동안 나도 뒤처지지 않으려 홀로 메인스냅까지 뛰어봤다는 자랑의 이야기. 하지만,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 거 같아 결국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네! 역시... 이실장님, 저 챙겨주시는 건 실장님 밖에 없어요!"

"그래요, 또 연락합시다. 술 한잔 해요 빛실장"

나는 마지막 이실장의 카톡에 하트 이모티콘하고 따봉 이모티콘을 눌러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작년에 한창 같이 일할 때 이실장과 몇 번 부딪친 적이 있다. 자기가 사수라고 부사수인 나를 하대하곤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결국 그는 나의 실력과 마음을 이해해 주었고, 나중에 가서는 자기의 많은 노하우를 나에게 알려주는 착한 선임이 되어 있었다. 업체와 작별을 고하고 일을 받지 않기로 했을 때도, 가장 먼저 아쉽다며 나중에 다시 돌아오라고 이야기하던 그였다. 


 만약 내가 장비를 팔지 않았다면, 내가 스냅을 접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다시 업체 대표에게 연락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에 이실장은 나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거 같았다. 


 이렇게 연락이 뜸했던 친구로부터 안부 카톡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비록 나는 이제 함께 촬영하기엔 어려워졌지만 이실장님도, 더욱더 경쟁이 치열한 스냅 시장에서 지금처럼 잘 버텨내며 즐겁게 촬영에 임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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